‘포뮬러원(F1)에 모든 것을 걸었다.’
세계적 자동차 레이스인 ‘2010년 F1 코리아 그랑프리’를 유치한 전남도가 요즘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다. 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 개발사업(J프로젝트)의 선도사업으로 추진해온 F1대회 유치 성공으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J프로젝트 투자도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는 지난달 2일 러시아 멕시코 싱가포르 등 7개국을 따돌리고 F1대회 주관기구인 영국의 FOM(Formula One Management)로부터 7년간 F1 개최권(2010~2016년)을 따냈다. 도는 J프로젝트 예정부지 중 일부인 영암군 삼호읍 일대 간척지 150만평에 5.45㎞짜리 트랙을 갖춘 경주장을 건설, 2010년 10월 첫 대회를 치를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지만 F1대회의 경제파급효과와 위상은 월드컵이나 올림픽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도는 F1대회 및 국내ㆍ외 자동차 경주대회를 15회 개최할 경우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7년간 8,603억원, 고용유발효과가 1만7,994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용 대비 효과면에서는 월드컵을 크게 앞지른다. 월드컵의 경우 10개 경기장을 건설하는 데 2조원이 드는 데 반해 F1대회는 1개 경주장 건설비용이 2,000억원에 불과하다. 월드컵의 10% 정도 비용으로 연간 159억원의 순수익을 올릴 수 있다.
국제적 위상 측면도 빼놓을 수 없다. 지금까지 세계 3대 빅 스포츠 이벤트로 불리는 월드컵 올림픽 F1대회를 모두 개최한 국가는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스페인 영국 이탈리아 스웨덴 벨기에 아르헨티나 등 11개국에 불과하다.
그러나 도가 ‘F1 효과’를 제대로 만끽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발등에 불이 경주장 부지 확보 문제. 2010년 10월 대회 개최를 위해서는 경기장 공사 기간(2년6개월)과 연약지반 개량공사 등을 감안해 늦어도 내년 7월에는 공사를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경기장 부지(간척지)의 공유수면매립권을 갖고 있는 농림부와의 매립권 양도ㆍ양수 협의가 겉돌고 있어 애를 태우고 있다.
“올해 안에 매립권을 넘겨 달라”는 도의 요구에 대해 농림부가 “내년 상반기에 기업도시개발특별법에 따라 개발계획 승인이 나면 넘겨 주겠다”며 맞서고 있는 것이다. 도는 간척지 우선 사용승인을 받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여전히 농림부의 반응은 냉랭하다.
2,000억원에 달하는 경주장 건설비용과 매년 부담해야 하는 개최권료 등 재원조달 방안도 풀어야 할 숙제다. 도는 경주장 건설비의 경우 F1 대회 국내 운영법인인 카보(KAVO)를 통한 민자유치로, 부지매입비(300억원)는 도비로, 개최권료는 국비 또는 도비로, 진입로 개설비(500억원)는 국비로 각각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는 F1대회가 상업성이 있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채택 종목이 아니라는 이유로 국비 지원에 부정적이다. 게다가 F1대회의 성공 개최를 위해 필요한 국고 지원 근거와 경차(競車)사업 도입 등을 담은 ‘F1 국제자동차대회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의 국회 통과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사행성 시비가 있는 경차사업을 법안에 포함시켜야 하느냐를 놓고 의원들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도 관계자는 “영국과 프랑스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은 F1대회의 엄청난 파급효과를 감안, 저개발 지역에 F1경기장을 건설해 지역개발을 유도하고 있다”며 “정부도 F1대회 유치와 운영의 중요성을 깨닫고 도와 유기적인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성공 개최를 위해 정책적인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 F1은
F1은 길고 낮은 차체 옆으로 두꺼운 타이어가 튀어나온 경주용 자동차를 말한다. 운전석에는 덮개가 없다. F1의 'F(Formula)'는 국제자동차연맹(FIA)이 매년 정하고 있는 배기량 구조 중량 바퀴 안전성 등의 경주용 차량의 규격항목을 말하며, '1'은 경주용차 중 '최고'라는 뜻이다. 배기량 2,400cc에 최고 시속 355㎞를 넘나드는 F1은 레이스를 위해 차량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만 갖추고 있다. 780마력에 달하는 엔진과 공기저항을 이용하는 항공기 수준의 최첨단 공기역학 기술이 적용돼 차량가격은 대당 100억원에 이른다.
F1대회는 '넉 아웃(Knock Out)' 시스템으로 진행된다. 한 팀에 2명씩 모두 22명의 드라이버들이 토요일 3차례 예선주행에서 정해진 위치에서 결승에 나선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k.co.kr
■ 달리는 광고판… F1 경제효과는?
‘F1대회와 경제전쟁.’
언뜻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테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F1대회는 단순한 모터스포츠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자동차 경주라는 스포츠 제전 못 지 않게 세계 일류 기업들의 마케팅 열기가 뜨겁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F1 전쟁’이라고 부른다. 실제 최근 스포츠 마케팅 분야에서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진 것이 바로 모터스포츠다.
F1대회는 1, 2시간의 레이스 그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 0.0001초를 다투는 승부의 세계를 지켜 본 관중의 흥분과 감동을 곧바로 마케팅으로 연결하는 이벤트들이 계속된다. F1 경기장에서는 대회기간 내내 모터쇼, F1팀 캐릭터 상품 판매, 각종 문화행사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이 이뤄진다. 이미 F1대회를 비롯한 모터 스포츠계에는 “일요일은 레이스, 월요일은 판매”라는 말이 공식화했다. 일요일 레이스의 성적이 다음날 판매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현재 F1대회에 스폰서 자격으로 참가하고 있는 기업은 202개. 이 기업들은 F1의 미디어 노출효과와 역동적이고 화려한 이미지를 자사 브랜드로 활용한다. 특히 경주차는 앞부터 뒤까지, 드라이버도 머리에서 발끝까지 기업 로고를 붙인다. 르노 맥라렌 페라리 등과 같은 메인 스폰서들은 ‘달리는 광고판’으로 불리는 경주차의 좋은 광고면을 차지하기 위해 400만~4,100만 달러의 거액을 투자한다. 국내 기업 중에는 한진해운이 유일하게 르노팀에 450만 달러를 후원하고 있다.
안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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