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인생’ 양용은(34ㆍ게이지디자인)이 월드스타 반열에 올랐다.
양용은은 12일 중국 상하이의 시샨인터내셔널골프장(파72ㆍ7,165야드)에서 열린 유럽프로골프(EPGA)투어 시즌 개막전 HSBC챔피언스 4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쳐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2타차로 꺾고 감격의 우승컵을 안았다.
양용은은 우승 상금 83만달러와 소속사인 게이지디자인측으로부터 우승상금의 50%인 41만달러를 받게 돼 모두 120여만달러를 한꺼번에 거머쥐면서 돈방석에 앉았다. 최경주(36)는 최종합계 7언더파 281타로 공동 9위에 자리했다.
양용은의 우승은 한편의 휴먼스토리다. 양용은은 평소 스스로를 ‘골프 검정 고시생’이라고 털어놓는다. 그만큼 어렵게 골프를 했다는 뜻이다. 제주 출신의 양용은은 집안이 넉넉치 못해 다른 선수들과 달리 제대로 레슨을 받지도 못했다. 생계수단으로 골프연습장에서 일을 하게 된 게 골프와의 첫 만남이었다. 대성하기 위해서는 서울로 올라가야 한다는 주위의 권유로 무작정 짐을 쌌고, 처음 안착한 곳이 경기 여주골프장의 연습생 신분이었다.
지난 9월 한국오픈 우승당시와 이번 대회에서도 현장에서 직접 응원해줬던 박경구(34)씨가 당시 눈물 젖은 빵을 함께 먹던 연습생 동료였다. 가난을 함께 하며 동고동락했던 친구가 정상의 순간을 함께한 것.
양용은은 돈벌이가 시원찮아 한때 골프를 그만둘 생각도 했다. 지난 96년 프로에 데뷔한 양용은은 99년 한국프로골프에서 상금랭킹 생애 첫 톱10(9위)에 들었다. 그러나 시즌 총상금은 고작 1,800만원. 양용은은 ‘구두닦이로 나서 국내에서 9위에 들었다면 이보다 돈을 더 벌지 않았겠는가’라고 낙담을 하면서 골프를 그만 둘 생각을 했다. 그러나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중도에 그만두기는 너무 아쉬움이 컸다. 그리고 아내에게 앞으로 5년만 더해보겠다고 했다. 당시 집은 경기 용인의 지하 단칸 월셋방이었다.
2002년 SBS프로최강전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둔 양용은은 더 큰 무대 도전을 위해 일본에 진출했고, 그 해 2승과 올해 1승 등 일본투어에서 모두 4승을 올리며 가능성을 알렸고 마침내 큰 일을 해냈다. 양용은은 내년 미국무대에 진출하기위해 이 달말 PGA투어 퀄리파잉스쿨에 도전한다. 양용은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세계골프랭킹이 50위권에 들면서 내년도 메이저대회와 PGA투어 대회에도 출전할 수 있게 됐다.
1타차 2위로 최종일 경기에 나선 양용은은 15번홀까지 버디 5개를 잡아내며 선두로 올라선 뒤 막판 16번(파4), 17번홀(파3)에서 보기로 흔들려 손에 땀을 쥐게 했지만 18번홀에서 안정적으로 파를 세이브하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양용은은 “막판에 흔들려 긴장했지만 우승해 너무 기쁘다. 구름에 붕 뜬 기분이다”고 우승소감을 밝혔다.
정동철 기자 ba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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