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0일 홈페이지에 “비싼 값에 지금 집을 샀다가는 낭패를 볼 것”이라는 내용과 함께 부동산 정책 실패의 책임을 언론 등에 전가하는 글을 올려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이날 청와대브리핑에 게재한 ‘정부, 양질의 값싼 주택, 대량 공급’이란 제목의 글에서 “지금 집을 살까 말까 고민하는 서민들은 조금 기다렸다가 정부의 정책을 평가하고 나서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며 “비싼 값에 지금 집을 샀다가는 낭패를 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최근 집값 폭등을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부동산세력에 밀린 탓”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투기를 일삼고 부추기거나, 부동산 시장을 교란해온 부동산 세력은 잊을만하면 실체를 드러낸다”며 “부동산세력을 부동산 가격이 조금만 움직여도 시장을 불안케 하는 언동으로 무주택 서민들을 안절부절 못하게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들 부동산세력을 ‘투기를 조장하여 폭리를 취하려는 일부 건설업체, 주택을 담보로 높은 금리의 돈 장사를 하려는 일부 금융기관, ‘떴다방’으로 악명을 떨치는 일부 부동산 중개업자, 자극적 기사로 시장 관계자와 독자들의 관심을 끌려는 일부 부동산 언론’이라고 설명했다. 결국“부동산세력의 암묵적 담합에 시장이 요동을 치면서 국민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급기야 부동산정책마저 흔들리는 예가 비일비재하다”는 논지다. 청와대는 “부동산세력은 틈만 나면 정부 정책을 왜곡하려 한다. 정부의 정책 기조가 흔들리고, 그 결과 부동산 투기가 일어나야 대박을 터뜨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이를 종합하면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에는 잘못이 없는데 부동산세력 때문에 이 지경이 됐다는 것이다. 이에 공감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청와대가 정부 정책을 차분하게 홍보하며 합리적 판단 근거를 제시하는 게 아니라 부동산 세력에 대한 책임 전가에 열을 올린 데 대한 비판이 무성하다. 게다가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집을 사려거든 기다려라”고 한 것은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는 집값에 좌절하는 서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진 언사라는 지적이다.
때문에 언론사 홈페이지나 포털사이트에는 “책임회피하지 마라”, “이제 그만해라”“정부 발표 반대로 하면 돈 번다는 뜻이냐”, “정부 말 믿고 집 안 사고 기다리다 5개월만에 5,000만원이나 올랐다”는 불신과 냉소가 담긴 수천개의 댓글이 쇄도했다.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은 “홍보수석실에서 경제정책비서관실 등과 상의해 작성한 글”이라고 말했다.
이동국 기자 eas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