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책과세상/ 나만의 공간 '마음까지 놓아 둘 수 있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책과세상/ 나만의 공간 '마음까지 놓아 둘 수 있는…'

입력
2006.11.10 23:49
0 0

황인숙 외 지음 / 개마고원 발행ㆍ234쪽ㆍ1만원

이 산문집은 읽는 이에게 질문하고 주문하는 책이다. 읽히자고 쓰여졌지만, 그 갈피나 맨 뒤에 읽는 이의 사색을 보태보라고 부추기는 책이다. 책의 글들이 담고있는 은근하고도 강렬한 유혹에 독자들은 아마도 오래 버틸 수 없을 것이다.

책의 질문은 <나만의 공간> 이다. ‘그 곳이 어디이며, 어떠했으며, 또 지금은 어떠한가.’

질문은 처소 대명사(그 곳)를 주어로 앞세웠지만, 의미화한 공간에는 주체와 그 주체가 공간과 만나는 시간이 개입되기 마련이다. 그것은 기억 속 실제의 공간일 수도 있고, 추상(혹은 가상)의 허공일 수도 있다. 구체적이고 특별한 어느 한 순간도 되고, 반복되는 일상의 한 지점(이를테면 새벽)도 된다. 또 기가 막힌 바람이나 그 바람에 실려온 향기, 버스 안에서 스쳐 지나친 한 장면의 풍경이 그 ‘공간’일 수도 있다.

이 막연하고 아득한 질문을 먼저 받은 이들의 독백처럼 자유로운 응답들로 이 책은 채워져 있다. 시인 김정환 황인숙 나희덕, 소설가 조선희 공선옥 김연수, 만화가 이우일, 미학자 진중권, 언론인 홍세화, 한의사 김명근, 변호사 강금실!

“한 공간을 살아가던 존재들이 사라지면 그 공간도 사라진다”는 공존의 공간미학(황인숙)도 있고, “천리 길도 첫 한 걸음으로 시작하고 그 첫 걸음은 나만의 공간에서 시작”(홍세화)한다는 반성적 사유의 공간도 펼쳐진다. 다락방과 유년의 풍경을 한 편의 성장소설처럼 그린 글(진중권)도 있고, 무의식의 지층을 적셔주며 “40년 가뭄의 논바닥처럼 쩍쩍 갈라 터”지지 않게 영혼을 지켜준 고향 바다 이야기(조선희)도 있다. 치열한 관념과 역설의 언어들로 ‘나만의 공간’을 ‘공공화’의 천박성으로부터 지켜내고자 하는 절절한 응집(김정환), 역과 휴게소, 공항 대합실의 풍경을 모자이크처럼 이어 붙인 ‘덧없는 것들의 영원함’의 잔잔한 우화(김연수), 돈이 공간과 시간을 만든다는 인식이 깃들인 뒤 “(가난했음에도) 공간만이 필요하던 시대는 무구하게 아름다웠”다는 소박한 반추(공선옥)도 있다.

11편의 글들은 개성의 음색과 조화의 가락으로 곱고 귀한 협주곡을 이룬다. 하지만 이 곡의 아름다운 완성은 당신의 선율이 얹힌 뒤에야 가능할 것이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