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청와대 뒷산에 콘크리트 흉물이…북악산 수채화, 軍시설이 '낙서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청와대 뒷산에 콘크리트 흉물이…북악산 수채화, 軍시설이 '낙서질'

입력
2006.11.10 23:54
0 0

청와대 뒷산인 북악산 중턱에 거대한 콘크리트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지난 7월에 공사가 시작돼 최근 골조공사가 끝난 건물은 정면에서 봤을 때 3층짜리로 베란다만 있으면 영락없는 3층 연립주택 같다. 또 건물은 3층이지만 산비탈에 기초 옹벽까지 이어져 거의 4,5층 높이에 이를 만큼 위압적이다.

청와대와 경복궁 등 주요 시설이 자리잡은 이곳은 수려한 산세에 녹지가 잘 보존돼 있는 데다 최근 문화재청이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예고했던 지역이다.

취재 결과 이 건물은 청와대 경비부대가 신축중인 군 숙소였다. 당초 그 자리에 있던 숙소가 협소해서 종로구청과 협의한 후 지하 1층, 지상 2층 500평 규모로 새로 짓고 있다는 게 군 당국의 답변이었다.

문제의 건물이 들어서면서 인근 주민과 직장인들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김모(63ㆍ종로구 삼청동)씨는 “수십년간 보안이다 문화재 보호다 해서 건물 수리도 제대로 못하면서도 건너편 수려한 산세를 감상하는 맛에 참고 살았는데 정말 너무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북악산과 그 아래 한옥촌 등을 촬영하고 있던 사진작가 박모(50ㆍ서울 강남구)씨도 “작가들에게 이곳은 최고의 촬영지이지만 최근 삭막한 건축물이 생기면서 구도를 흐트러뜨린다”며 “불가피한 시설이라면 주변과 어울리도록 친환경적으로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근 직장에 다니는 고모(42)씨는 “삼청공원에 산책을 자주 나오는 데 산 중턱에 버티고 있는 건물을 바라볼 때마다 기분이 상한다”며 “군사독재 시절도 아닌데 군시설이라고 마음대로 지어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청와대 뒷산 중턱에 흉물이 들어설 수 있는 것은 군사시설보호법에 따른 것. 군부대측이 원하기만 하면 건축허가와 감리, 준공검사 등 통상적 절차 없이 지방자치단체와 형식적으로 ‘협의’를 한 후 ‘통보’만 하면 끝이다. 실제로 이 숙소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 산기슭에는 5,290여평 부지에 지하2층 지상4층짜리의 또 다른 군 시설물이 들어서서 녹지를 크게 훼손하기도 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일반 건축물은 구청이 감리자를 지정하고 준공검사때 공무원이 직접 현장을 확인하지만 군부대는 해당 부대의 내부통제시스템을 믿을 수밖에 없다”며 “전국 곳곳에 아직도 건축물관리대장에도 등재되지 않은 일반 시설물이 허다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건축중인 막사도 부대측이 지하1층 지상2층으로 짓겠다고 해 놓고도 사실상 지상 3층으로 지어도 이렇다 할 제재를 못하고 있다.

10월 북악산 일대를 개방하면서 국가지정문화재인 ‘사적 및 명승’으로 지정예고까지 했던 문화재청은 건물 신축사실조차 모른 채 수수방관하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 건물이 해당 자치단체와 협의를 거쳐서 정상적인 절차를 거쳤다면 어쩔 도리가 없다”며 “다만 경관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차폐시설 설치 등을 권고할 수 있지만 그나마 강제조항이 아니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10월초 북악산 숙정문 등을 개방한 후 북악산을 본래 이름인 백악산으로 명명하고, 자연과 문화적 요소가 결합된 이 지역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사적 및 명승’으로 지정예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해당부대측은 “침상형 막사를 침대형으로 바꾸는 등 병영환경개선사업 일환으로 신막사를 짓는 중”이라며 “막사 바로 앞이 절벽처럼 급경사로 돼 있어 나무를 심기도 힘들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완공 전에 밖에서 잘 보이지 않도록 위장하는 등의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덧붙였다.

정광진 기자 kjcheong@hk.co.kr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