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신 지음 / 21세기북스 발행ㆍ324쪽ㆍ1만원
“한강변에서 가끔 자전거를 타는데 얼마 전부터 자전거 수리 노점이 생겼어요. 손님이 많아서 ‘사장님’이라고 불러야지, ‘아저씨’하고 부르면 쳐다보지도 않아요.” 이타적 자본주의, 혹은 자본주의의 이타성을 그는 그렇게 설명했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 없어서 불편한 것을 찾아 제공하는 주체가 기업 아닙니까. 중요한 것은 어떻게 그들의 필요를 찾느냐는 것입니다. 자본주의의 첨병들이 사람에 대한 이해, 인문학적인 따듯함을 지녀야 하는 까닭이지요.”
김연신(54)씨는 시인이다. 그는 경기고, 고려대 재학시절 교내ㆍ외 백일장에서 5관왕을 거머쥐며 그 시절 학원 문사들을 서늘하게 했고, 1994년 늦깎이로 데뷔해 첫 시집 <시를 쓰기 위하여> (96, 문학과지성사) 등 세 권의 시집을 냈다. 또 그는 30년 경력의 직장인이고, 국내 첫 선박펀드 회사인 ‘한국선박운용주식회사’를 만들어 3년째 경영하고 있는 CEO다. 시를>
그런 그가 “회사를 정글이 아닌 놀이터가 되게 하자”는, 자못 낭만적(?)인 캐치프레이즈를 들고 예비(초년) 직장인들 앞에 섰다. <청년 경영학> 은 “취업을 꿈꾸지만 정작 회사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모르는(혹은 잘못 알고 있는) 이들을 위해” 그가 ‘30년 짬밥’의 체험을 털어 쓴 경제ㆍ경영 가이드북이자, 회사 생활 성공 매뉴얼이다. 청년>
책은 “회사는 왜 필요한가”라는 초보적인 질문부터, 인간관계, 돈, 손익계산서 등 재무제표, 관리회계, 경쟁, 마케팅, 개혁ㆍ변화 등 회사라는 곳을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기호들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축구를 하려면 축구의 기호를 알아야 하듯이, 회사를 놀이터로 삼자면 회사의 기호를 알아야지요.”
이 기호들을 설명하는 그의 방식은 이채롭다. 체험 사례를 들려주기도 하고, 저명한 CEO들의 인터뷰 한 대목을 인용하기도 하고, 국내외 문학 작품을 끌어오기도 한다. 아름다운 소녀를 위해 자신의 황금 두뇌를 나눠주다가 끝내 죽고 마는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있는 알퐁스 도데의 소설(<황금 두뇌를 가진 사나이> )을 통해 기업 본연의 역할과 사회적 책임을 이야기하는 식이다. “채용 면접을 해보면 100명이면 100명 모두 기업이 돈을 벌면 수재의연금을 내야 한다고 말해요. 그 돈을 재투자해 일자리를 늘리고 사회적 필요에 부응해야 하는 게 기업 본연의 활동을 통한 사회 기여인데 말이죠.” 그는 “개념적, 이론적으로 무조건적인 분배를 주장하”는 젊은이들의 사고구조와 맥락을, 다시 말해 우리 기업들의 과거 행태와 자본축적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그 역시 자의식의 고통으로 주저앉고싶었던 적도 있었다고 했다. 황금>
하지만 세상이 변한 만큼 기업에 대한 생각도 달라져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성배를 찾아 까마득한 낭떠러지 너머의 허공으로 발을 내딛는 영화 <인디아나 존스> 의 주인공처럼, 모든 기획과 준비를 갖추고 결단을 해내는 기업이 우리 기업 사회의 주류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디아나>
<청년 경영학> 은 체제와 구조에 대한 신념과 철학, 맏형의 충고처럼 자상하면서도 엄격한 어조, 체험과 교양을 조화시키는 기품 있는 문장 등으로 하여, 허다하게 쏟아지는 경제ㆍ경영 실용서의 무리들 속에서 돋보인다. 다만 저자의 논거들 상당수가 건강한 기업(기업가)의 전제 위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이해가 아닌 지향의 지평 위에 이 책이 놓여있다는 느낌도 없지는 않다. 그러고 보면, 이 책을 먼저 읽어야 할 사람은 이미 닳고닳았음에도 더 닳을 게 있다고 생각하는, 오래된 직장인(경영인)들일지 모른다. 청년>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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