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ㆍ7 미 중간선거가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나기는 했으나 이번 선거에선 공화ㆍ민주 양당의 전통적 대결구도 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정치지형의 변화가 확연히 드러났다. 이런 변화는 양당 대선주자들의 유ㆍ불리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각 주자들 진영은 앞으로 대선지형으로 연결될 이번 선거의 변화 양상을 분석하는데 골몰할 수밖에 없게 됐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에서는 양당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제3의 지대가 나타났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미 언론들로부터 공화당 내에서 때로는 ‘독불장군’으로 통하면서 중도적ㆍ독립적 성향을 보여온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입지가 더 넓어졌다는 보도가 나오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그는 이번 선거의 지원유세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보다 훨씬 많은 인기를 누리면서 346회나 동료들의 유세장을 찾았고 1,050만달러를 모금하는 실력을 발휘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9일 이번 선거에서 무당파, 초당적 중도파의 힘이 확인되면서 공화당 소속이지만 당 노선을 넘나 들었던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제3의 정당 후보로 대선경쟁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폭 넓은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도 공화당 출신이지만 중도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민주당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이러한 중간지대를 보다 성공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힐러리 의원은 민주당내에서도 자유주의적 성향이 강한 것으로 인식돼 왔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엄청난 선거자금을 쏟아 부으면서 중도파와 보수층의 적잖은 지지를 얻어냈다. 다만 흑인출신 첫 상원의원인 같은 당의 배럭 오바마 의원이 이번 선거를 통해 ‘혜성처럼’등장함으로써 대선 선두주자로서의 힐러리 의원의 입지도 위협받는 처지가 됐다.
이번 선거에서 대세를 가른 중요 변수였던 이라크전에 대한 태도는 2008년 대선에서도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에선 중도세력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공화당 매케인 의원, 민주당 힐러리 의원이 모두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다. 매케인 의원은 이라크전 개전을 지지했을 뿐만 아니라 최근까지도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전 노선을 옹호하면서 미군 증파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라크전 개전에 찬성표를 던졌던 힐러리 의원은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전 수행에 강력한 비판자로 등장했지만 ‘원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부담이다. 오바마 의원은 이 같은 파괴력을 의식해서인지 이라크전에 대한 입장표명을 극도로 삼가고 있다.
지리적 정치지형의 변화도 예비주자들이 고려해야 할 요소이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의 아성으로 여겨졌던 중서부 지역이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당의 우군지대로 변했다. 뿐만 아니라 오하이오 및 뉴욕주 주지사를 민주당이 챙긴 것도 대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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