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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20~30%

입력
2006.11.10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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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분양가를 20~30% 인하하겠다는 9일 권오규 경제부총리의 발표를 보면서 지난 5월 부동산 대책이 제대로 시행되면 아파트 값이 20~30% 떨어질 것이라고 장담한 재경부 고위관리의 발언이 떠오른다. 대상은 다르지만 제시된 수치가 공교롭게도 똑같다. 정교한 분석을 통해 나온 전망이 아니라 다분히 희망을 반영한 대충의 수치라는 인상을 준다.

정부 말처럼 폭락하기는커녕 더욱 치솟는 집값을 보면 아파트 분양가를 내리겠다는 다짐도 도통 믿음이 가지 않는다. 부동산 정책에 관한 한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못하는 것이 요즘 분위기다.

▦ 1998년 분양가 자유화 당시 520만원이던 서울지역 아파트 분양가는 올해 1,391만원으로 2.6배나 뛰었다. 참여정부 들어서 28.6%가 올랐으니, 정부 생각대로 분양가가 낮아질 수 있다면 참여정부 초기로 돌아가는 셈이다. 판교의 예로 보면 간선시설부담금을 정부가 전액 부담하고 153%인 용적률을 200%까지 높인다면 계산상으로는 분양가를 30%까지 낮추는 게 가능하다.

그러나 특정 아파트 분양가를 낮추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여한다면 입주자에 대한 특혜이자 엄청난 재정 낭비일 뿐이다. 결국 용적률이나 녹지비율을 낮추는 길 뿐이다.

▦ 고삐가 풀려 날뛰는 집값을 그나마 누르고 있는 제어장치는 정부 대책이 아니라 집값 거품에 대한 경계심이다. 정부 대책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집값이 꼭지에 달했다는 두려움이 다소나마 투기 분위기를 진정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얼마 전 현대경제연구원은 국내 부동산 시장이 높은 가격과 거래 부진을 동반하는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과정을 거쳐 일본처럼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전국 주택가격의 17%, 아파트의 경우 32.4%가 거품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거품을 부정하는 견해도 많다.

▦ 거품 우려에도 불구하고 집값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지 모른다. 대통령까지 '명품'이라고 인정한 서울 강남의 집값은 더 오랫동안 '불패'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 경험을 돌이켜보면 모든 사람들이 한 방향의 예측을 하고, 무한정 가격이 오를 것 같은 낙관론에 빠져 있는 순간이 바로 거품의 전형적 현상이다.

최초의 투기역사서를 쓴 찰스 매케이라는 영국 작가는 "투기란 한 사회가 얼마나 쉽게 환상과 집단적 광기에 빠질 수 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파국적 상황으로 가지 않기 위해서라도 투기적 심리를 잠재우는 처방이 시급하다.

배정근 논설위원 jkp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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