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선 질문도 하지 않은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이 주목을 받았다. 당초 질문자 명단에 끼어 있던 김 의원이 이날 아침 갑자기 "나를 빼달라"고 국회의장과 당에 통보한 뒤 질문을 보이콧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의 설명은 이렇다. 그는 8일 낮까지 열린우리당 원혜영 의원에 이은 두번째 질문자로 나서게 돼 있었다. 한나라당 질문자로선 첫번째 순서였다.
하지만 이날 저녁 당 원내대표단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 "김학원 의원이 첫번째로 하길 원한다. 둘이 선수는 3선으로 같지만 나이가 적은 김 의원이 양보하라"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며칠 전 개인 사정으로 질문을 할 수 없게 된 이재오 의원의 대타를 해 달라고 사정할 땐 언제고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이렇게 무례하게 바꾸느냐'고 항의했지만, 오히려 면박을 당했다"고 억울해 했다.
그는 "야당 질문자 중엔 첫번째로 한다는 것을 전제로 질문 원고를 준비했기 때문에 두번째로 하면 맥이 빠져 안 하는 게 낫다"고 목청을 높였다.
질문 순서를 바꾸는 과정에서 한나라당 지도부의 일 처리가 매끄럽지 않아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김 의원이 고작 그런 이유로'국민을 대표해 정부를 상대로 질문할 권리이자 의무'를 팽개쳤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아무나 본회의장 질문대에 설 수 없다는 점을 그는 무겁게 받아들였어야 했다.
독일의 저명한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저서 '직업으로의 정치'에서 "정치 지도자는 자신을 최대한 돋보이게 하려는 욕망과 허영심 때문에 현실감각 상실과 책임 포기라는 대죄를 범할 유혹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다. 이날 김 의원의 행동을 이 보다 명쾌히 설명해주는 경구가 또 있을까 싶었다.
정치부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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