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부동산 열풍으로 난리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어떤 지역은 1주일 사이에 1억원이 올랐다고 하고, 또 다른 지역에서는 이미 맺은 계약을 위약금을 물고라도 해약하는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한다. 정말 왜 들 이러는지, 자산이란 것은 가장 갖고 싶을 때 가격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이러다 죄 받는 것 아닌지 걱정이다.
대부분 투자자들은 부동산 가격과 주가가 반대로 움직인다고 생각하고 있다. 투자에 쓸 수 있는 돈이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이 올라갈 경우, 주식시장에서 돈이 빠져 부동산 시장으로 몰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반대다. 1975년 이후 부동산과 주가의 관계를 보면 부동산이 주가보다 늦게 오를 뿐 두 변수의 방향은 대체로 일치했다. 둘 사이에 차이는 주식은 경기에 선행하는 반면 부동산은 후행하고, 주식은 적은 유동성으로 상승이 가능하지만, 부동산은 많은 자금을 필요하다는 정도였다.
부동산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중요한 또 다른 부분이 정부 정책이다. 부동산 가격은 주식보다 더 정부 정책에 의존하고 있으며, 가끔 부동산 대책이 주가를 변동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과거 예를 보면 부동산 대책이 주가에 유의성 있는 변화를 주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77년 이후 18번의 주요한 부동산 가격 억제 대책 이후 주가 움직임을 보면, 대책 발표 이후 1개월 동안 주가가 하락한 경우가 9번, 상승한 경우가 9번으로 균형을 이루었다.
이 같은 모습이 나타난 것은 첫째, 주가가 대세 하락을 하는 동안 부동산 대책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이 좋지 않다 보니 주가 하락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부동산 대책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를 상쇄해 버린 것이다. 둘째,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부동산과 주식 사이에 대체되는 가격 관계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파트 한 채 팔면 상장회사 하나를 산다.’ 90년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기 전에 한 증권회사 일일보고서에 나왔던 푸념의 말이다. 지금도 수없이 많은 기업이 아파트 한 채 값도 안 되는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가격이 매겨진 모든 것은 사고 팔 수 있다지만 사람이 살 공간을 가지고 난리를 쳐서야 되겠는가.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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