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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한은총재 속내 알쏭달쏭

입력
2006.11.1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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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파트 가격 급등은 우려할 만하며, 상황전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9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11월 콜금리 목표치를 현수준인 연 4.5%를 유지하기로 결론 내린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하지만 ‘우려’나 ‘예의주시’ 정도의 표현은 이 총재의 평소 발언에 비추어 별로 새롭지 않은 것이다. 최근 부동산 급등과 관련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는 동결하더라도, 최소한 강력한 구두 경고 정도는 있을 것”이라던 당초 시장의 전망과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 밋밋한 발언 속에 이 총재의 ‘복잡한 심경’이 담겨있다는 것이 한은 직원들의 해석이다.

이날 금통위가 “금리 현상태 유지” 결론을 내린 것은 오전 10시4분께. 회의시작 40여분 만으로 평소보다도 회의시간이 짧았다. 최근 한은이 청와대, 정부ㆍ여당 등으로부터 금리 결정을 놓고 전방위적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오늘 회의가 길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신속한 결정은 금통위원 중에는 이견이 없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금리결정은 한국은행의 고유권한이라는 것을 대외에 과시하는 것으로 비춰졌다. 2004년 11월 금통위에서 당시 한은 부총재이던 이 총재가 상관인 박승 총재의 금리인하 의견을 외면한 채 금리 동결의 소수의견을 고집했던 뚝심이 다시 한번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이 총재의 복잡한 계산은 기자간담회 곳곳에서 감지할 수 있었다. 우선 “금리정책은 당장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어서 6개월~1년 이후의 전망을 바탕으로 사용해야 한다”거나 “금리를 올린다고 당장 단기 자금의 과잉유동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는 발언에는 청와대의 ‘아파트값 잡기용 금리 인상론’에 대한 거부감 마저 묻어난다.

특히 최근 정부에서 거론하는 대출총량규제에는 부정적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 총재는 “대출총량규제는 법에 허용된 한은의 정책 수단이기는 하지만, 통상적인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며 “실제 사용여부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시중은행에 주택관련 대출을 억제하는 창구지도를 실시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지금까지 전혀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하지만 “통화증가속도가 8월까지 주춤하다가 9, 10월 들어 빨라졌다”거나 “최근 부동산 급등과 관련 한국은행이 취할 수 있는 정책이 어떤 것이 있는지 고민하고 있으나, 다음달 금통위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미리 암시를 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발언을 중간에 섞어 넣으면서, 여전히 금리인상 카드가 유효함을 암시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또 “현재 수출이 매우 견실하게 성장하고 있고, 설비투자 증가율도 견실하며, 그 동안 부진했던 건설투자도 일시적이나마 나아졌다”며 “그 동안 우리 경제는 경기확장세가 다소 감속 됐지만, 몇 달 전부터 예상했던 경로를 대체로 따라가고 있다”며 재경부와 여당 일각의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론에도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한편 청와대가 금리 인상을 요청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 일으켰던 김수현 청와대 비서관의 면담에 대해서는 의혹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김 비서관과는 이미 면식이 있는 사이로 그 쪽에서 먼저 방문을 요청해 한다고 해서 만났고, 면담내용도 밖에서 상상하는 얘기가 전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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