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해봅시다."
"뭐라구요? 우리한테는 이미 최정예 디자인팀이 있는데…"
"그래도 공모하죠. 경쟁을 해야 경쟁력도 생기는 법입니다."
작년 여름 일본 도쿄의 소니 본사내 크리에이티브센터. 소니의 LCD TV브랜드인 '브라비아'의 풀HD(고화질) 신제품(X시리즈) 디자인을 결정하기 위해 모인 경영진 사이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LCD 가격은 급락하는데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져 소니는 '소니의 위상'의 지키기 힘든 상황이었다.
난상토론 끝에 소니 경영진은 디자인 공모를 결정했다. 통상 디자인팀에서 기획안을 작성하고 상품기획 담당자와 상의한 뒤 경영진 승인을 받던 방식에서 완전 탈피, 아예 사내외 공모를 통해 신제품 디자인을 결정키로 한 것이다. 뭔가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안된다는 위기감의 발로이자, 발상의 전환을 통한 일종의 모험이었다.
공모전엔 일본 영국 등 출신의 세계적 디자이너 7명이 출품했다. 최종낙점을 받은 것은 소니의 수석 아트디렉터인 니이츠 타쿠야의 '플로팅'(Floating) 디자인. 니이츠 씨는 "거실의 소파에 앉아 창 밖을 보다 TV와 창은 본질적으로 같다는 생각에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브라비아의 새 LCD TV 디자인은 잘 다듬어진 창틀 이미지다. 또 투명 유리판을 받쳐 마치 하늘 위로 붕붕 떠 있는 듯한 신비한 느낌을 준다. 디자인 콘셉트가 '플로팅'인 것도 이 때문.
TV 테두리 색깔도 집안가구에 맞춰 선택할 수 있도록, 빨간색 푸른색 흰색 회색 검은색 등으로 다양하게 구비했다. 특히 빨간색 테두리 업계에선 파격이다.
소니가 이처럼 디자인에 힘을 쏟은 것은 소니의 LCD TV 시장 점유율(수량 기준)이 최근 삼성전자에게 추월당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4분기 14.6%로 세계 1위였던 소니의 점유율은 올해 2분기엔 11.7%로 감소한 반면, 삼성전자는 '보르도'와 '모젤'돌풍에 힘입어 점유율이 11.6%에서 13.1%로 상승했다.
소니는 9일 서울 힐튼 호텔에서 이렇듯 파격 디자인으로 무장한 '브라비아 X시리즈' 출시발표회를 갖고, 자존심과 시장점유율 회복을 위한 대대적 반격에 나섰다.
40인치와 46인치 가격을 삼성전자보다 70만~80만원 비싼 450만원과 550만원으로 책정하고, 이 달 중순부터는 여성 천재 골퍼 미셸위가 모델로 나서는 TV 광고도 내보내기로 했다.
윤여을 소니코리아 사장은 "브라비아 X시리즈는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려 하는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얻으며 프리미엄 풀HD LCD TV의 새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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