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리밸런싱을 아시나요.’
연말이 다가오면서 내가 가진 펀드의 수익률에 한층 신경이 쓰인다. 지난해 말의 들뜬 분위기에 취해 주식형, 그 중에서도 성장형이나 중소형주 펀드에 치중했던 투자자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하다. 안정적인 인덱스 펀드나 채권형 펀드 비중을 높게 가져간 편이 상대적으로 낫다.
뒤를 돌아보며 하는 생각이니 부질 없긴 하지만 사실 이런 후회를 막기 위한 기본적인 투자방법이 있다. 바로 정기적인 펀드 포트폴리오 재조정(리밸런싱)이다. 펀드 전문가들은 “한해 펀드 농사를 마무리하는 연말이 펀드 리밸런싱의 적기”라고 입을 모은다.
●리밸런싱의 효과
2005년 1월 친구의 권유로 펀드에 가입한 A씨. 성장형 주식 펀드에 1,000만원, 안정적인 채권형 펀드에 1,000만원을 넣었다. 자신의 투자 성향 상 50 대 50 정도가 맞다는 판단이었다. 1년 후인 올해 1월2일, 성장형 펀드는 62.9%(10억 원 이상 성장형 주식 펀드 383개 평균)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 1,000만원이 1,629만원으로 불어났다.
채권형 펀드는 1.9% 수익률(50억 원 이상 채권형 펀드 81개 평균)로 1,019만원이 됐다. 펀드 잔고가 2,648만원으로 불어난 A씨는 성장형 펀드의 약진으로 자산 비중이 당초 계획보다 성장형 펀드에 치우쳤지만 수익률에 매료된 나머지 비중을 그대로 가져갔다. 11월6일 현재 펀드 잔고는 2,653만원으로 5만원 가량 늘었다. 성장형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 2.4%로 부진했던 반면 채권형은 4.4%의 수익이 났다.
만일 A씨가 지난해 연말 펀드 리밸런싱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올해 1월2일 기준 펀드 잔고 2,648만원을 다시 채권형과 성장형에 50 대 50으로 맞췄다면 채권형은 58만원 불어난 1,382만원, 주식형은 32만원 줄어든 1,292만원이 됐을 것이다.
잔고는 2,674만원으로 리밸런싱을 하지 않았을 때보다 20여만원을 더 벌 수 있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의 우현섭 애널리스트는 “가장 기본적인 포트폴리오를 가정하더라도 이 정도의 차이가 나는데 개인별 펀드 비중 차이를 감안하면 리밸런싱의 효과는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 원칙 되새기는 계기 삼아야
물론 증시 상황에 따라 리밸런싱 이후 수익률이 나빠질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당초 투자 원칙을 잊어버리고 이리저리 휩쓸린다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결코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현섭 애널리스트는 “리밸런싱은 자산관리 전문가들의 서비스를 받는 것이 좋지만 일반 개인 투자자들도 간단한 리밸런싱은 혼자서 할 수 있다”며 “6개월이나 1년에 한번 정도는 원래 계획했던 위험관리 원칙에 맞게 투자를 하고 있는지 점검해 투자 비중을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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