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어제 콜금리를 4.5%로 동결한 것은 통화신용정책의 독립성과 일관성을 잃지 않은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본다.
최근 며칠 동안 부동산 문제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여기저기서 호들갑을 떨며 금리를 올리니, 마니 하는 주제넘은 훈수를 두는 일이 벌어진 것은 어처구니없다. 금통위가 정치성 짙은 '괴(怪)바람'에 휘둘리지 않고 중ㆍ장기적 관점의 금리 지향성을 중시한 것은 그래서 더욱 평가할 만하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경기가 전반적으로 예상경로를 따르고 있다"며 금리동결의 배경을 설명하고 "금통위에서 부동산 관련 발언이 많았으나 통화정책은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주택가격의 이상급등이 우려되고 고민스럽기도 하지만, 적절성이나 시기 면에서 금리카드를 내밀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정부 일각에서 거론되는 대출총량규제도 시장에 반한다고 선을 그었다. 부동산 불길을 잡는 게 급하다고 통화정책의 본말을 뒤바꿀 수는 없다는 뜻이다.
이로써 부동산 안정에 목을 맨 정권코드의 금리인상론이나 경기부양을 앞세운 정책당국 및 정치권의 금리인하 혹은 현상유지론은 겸연쩍게 됐다. 그렇다고 한은이나 금통위의 권위가 확실히 섰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노무현 대통령이 얼마 전 '금융의 해이'를 언급한 이후 공공연히 금리에 부동산거품의 책임을 돌리고, 한편에선 금리의 경기영향을 과장하는 일이 벌어져 소모적이고 어지러운 논란이 계속되는데도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금통위는 위상을 지켰다고 자위할 수도 있으나 신뢰까지 회복한 것은 아니다. 2004년을 전후해 금리를 올려야 할 시기에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머뭇거리는 바람에 유동성 과잉을 방치했고, 그 결과 오늘의 진퇴양난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은 잘 새겨야 한다.
'그린스펀이 말하면 시장은 듣는다'는 말은 그냥 생긴 게 아니다. 금리 하나로 경제 전체의 흐름을 좌우한 그린스펀의 내공은 수십년에 걸쳐 시장과 소통한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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