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9일 거국 중립내각 구성 요구에 대해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여야의 반응은 정반대로 갈렸다. 한나라당은 단칼에 일축해버렸고, 열린우리당은 긍정 평가 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중립내각에 참여하거나 인선에 관여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민의를 존중하고 국익을 지킬 중립적인 전문가를 내각에 기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파를 초월한 거국내각에 동참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는 뜻이다.
나경원 대변인도 “국정책임의 실패를 야당에 돌리려는 꼼수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요구한 것은 코드에 맞는 정치 지향적 인물로 채워 진 내각이 아니라, 전문성과 중립성이 담보된 관리 내각을 구성하라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즉 공정한 대선 관리 등을 위해 중립 내각을 구성하라는 것이었는데, 청와대는 사학법과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처리 문제 등에 한나라당이 협조하라고 압박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산적한 민생법안 및 예산안을 일괄 처리해주고 협력해 준다는 전제 하에 여야 합의로 내각을 구성하는 것은 국정의 안정적 운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야당도 정부ㆍ여당의 제안을 받아 들일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중립내각 구성을 하되, 한나라당이 국정을 발목 잡는 행위를 그만두고 주요 현안의 국회 처리에 협조하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노웅래 원내공보부대표도 “국회가 국회 몫을 다 해주고 대통령은 공정하게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여야의 반응 차이는 근본적으로 중립내각 요구에 대한 생각이 달랐기 때문이다. 우리당 김부겸, 최규식 의원 등이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촉구한 중립내각은 대통령이 정치현안에서 손을 떼고 국정에만 전념해야 한다는 뜻과 함께, 중립내각을 매개로 한나라당도 원만한 국회운영에 협조하라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한나라당의 관리내각 주장은 코드에서 벗어나 공정한 대선관리를 하라는데 더 무게가 실려 있는 것이다. 이런 동상이몽은 현실적으로는 중립내각 구성이 어려울 것임을 쉽게 예측케 한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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