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씨 하나 고치지 않은 채 영장을 재청구하고 이어 세 번째 영장 청구 방침을 밝히는 등 검찰의 이례적인 행보를 둘러싸고 갖가지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이 중 하나가 ‘검찰의 노림수’라는 설이다.
검찰은 외환카드 주가 조작 혐의로 청구한 엘리스 쇼트 부회장 등 론스타 임원 3명의 체포ㆍ구속영장이 3일 새벽 기각되자 11시간 만에 증거 보완 없이 영장을 재청구했다.
뒤늦게 추가 자료를 제출했지만 이는 전문가 견해 등 보충 자료로, 영장 청구 내용은 바꾸지 않았다. 검찰은 전날 본체 수사라고 할 수 있는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으로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였다.
검찰이 법원을 압박, 이 전 행장의 영장을 발부받기 위해 일부러 글자 한 자 고치지 않고 3명의 체포ㆍ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는 게 ‘노림수’설의 요지다.
검찰은 당시 “영장 기각 사유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어 똑 같은 조건에서 다른 판사의 판단을 받아보겠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증거 보완 없이 재청구할 경우 영장이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검찰도 충분히 예측했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어느 정도 혐의가 소명된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의 영장이 기각되더라도 본체 수사인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에서 영장을 받아내려 했다는 것이다. 실제 법원은 3명의 체포ㆍ구속영장을 8일 새벽 또 기각하기에 앞서 6일 이 전 행장의 영장을 발부해 줬다.
이 설에 따르면 “2차 영장 청구는 기각될 줄 알고 한 것이고 3차 청구가 진짜”라는 풀이가 가능하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3차에는 증거 자료를 더 보완하고 새 혐의를 추가해 영장이 발부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검찰은 “영장이 2차례 모두 기각됐을 때 수사 검사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우겠다는 게 수사팀의 입장이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한 것임을 강조했다.
검찰이 이번 주로 예정됐던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등 본체 수사와 관련한 2, 3명의 추가 사법처리를 미룬 데 대해서도 색다른 해석이 제기됐다.
영장 기각에 따른 계속된 공방으로 검찰이 법원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영장을 청구하는 것보다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된 뒤 청구하는 게 발부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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