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실시된 미국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집권 공화당에 압승을 거둬 북한 핵 문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대 한반도 정책과 이라크전, 이란 핵 문제 등 대외 정책에서 조지 W 부시 정권이 어떤 변화를 보일 지 주목된다. 이번 선거 결과는 임기를 2년 3개월 남겨 놓은 부시 정권의 레임덕을 가속화해 감세 등 국내 정책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포괄적인 북미 양자협상을 강도 높게 주장해 왔다는 점에서 앞으로 재개될 6자회담은 지금보다는 협상과 '당근'에 더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게 조심스런 전망이다. 그렇다고 북한에 대한 제재 강도가 약해진다는 것은 아니다.
협상은 적극적으로 하되 북한이 끝내 핵 포기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결과에 상응하는 강력한 제재를 가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기류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일단 6자회담에 복귀하기로 해 당장 대북정책의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되나 회담이 다시 교착상태에 빠질 경우 부시 정권과 민주당 주도의 의회 사이에 심각한 대립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부시 정권은 의회를 통과한 '국방수권법'에 따라 북한 핵 문제 등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대북정책조정관을 12월 중순까지 임명하도록 돼 있어 이 조정관의 향후 활동 및 보고서 내용이 부시 정권의 정책 변화에 기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진행중인 한미 FTA 협상도 민주당의 의회 장악으로 더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중소기업과 노동자의 이익, 고용 보장 등에서 적극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대폭적인 시장개방이 불가피한 FTA 협상은 그만큼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이라크전과 관련해서는 부시 정권과 민주당이 이라크 주둔 미군의 조기 철군 여부 및 철군 일정 마련 등을 놓고 갈등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 하원 차기 의장이 확실시되는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우리는 이라크에서 새로운 방향을 설정할 것"이라며 부시 정권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이날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12년 만에 하원 지배권을 탈환했으며 상원 선거에서도 공화당과 같은 49석을 차지, 상원 과반수 확보를 위한 마지막 2석의 최종 개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민주당은 하원선거에서 총 435석 가운데 현재 201석에서 최소 27석 이상을 추가, 과반수인 218석을 여유 있게 넘어서 하원 다수당 자리를 차지했다.
민주당은 상원선거에서도 버지니아와 몬태나주 두 곳에서 초박빙 접전을 벌이면서 민주당 후보가 앞서가고 있어 승리가 확정되면 상원 역시 장악하게 된다. 그러나 한 곳만을 차지한다면 50대 50 동수가 돼 상원의장인 딕 체니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하게 된다. 두 지역은 표차가 1%미만으로 재검표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당선자 확정에 수일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36개 주에서 실시된 주지사 선거에서도 압승해 전체 50개주 중 28개주 주지사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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