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콜금리 목표치를 결정하는 금통위회의를 하루 앞둔 8일 한국은행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전일 청와대 비서관의 방문으로 한국은행의 독립성에 상처를 입었는데, 오늘은 여당과 재경부 등이 여러 채널을 통해 금리인상 반대 입장을 밝힌 반면 시중은행들은 청와대의 기류에 화답이라도 하듯 주택관련 대출금리를 올렸기 때문이다.
사실 금리 추가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성태 한은 총재를 비롯한 한은 전반의 지론이다. 지난달 경기하강론에 밀려 금리 인상론이 힘을 잃다가, 최근 부동산 급등으로 다시 인상론이 부상하자 한은도 힘을 얻는 듯 했다. 하지만 외압이라는 돌발변수가 한은 독립성의 위상을 흔들면서 금리를 올리기도 동결하기도, 어색한 상황에 몰린 것. 특히 9일 금통위의 결론이 나오는 시간 즈음에 청와대에서는 대통령 주재의 긴급 부동산관계장관회의가 소집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중압감이 더 커졌다.
여기에 시중은행은 한발 앞서 우대금리 할인폭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주택관련 대출 금리를 인상했다. 우리은행은 9일부터 0.2%포인트까지 금리를 인하하는 우대금리 제도를 폐지하고 했고, 하나은행은 본점에서 승인하는 우대금리 폭을 0.5%포인트에서 0.2%포인트로 낮추기로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리인상을 둘러싼 찬반론은 가열되는 모습이다. 반대론의 중심은 정부여당과 재정경제부다. 이들의 논리는 한마디로 최근 경기둔화 가능성이 가시화한 이상 금리인상은 자칫 소탐대실의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지금의 경기상황에 맞지 않다” 고 쐐기를 박았다. 재경부는 금리인상은 중소기업과 저소득층에게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반박하고 있다.
강남을 중심으로 하는 국지적 집값 폭등의 안정이라는 금리인상의 목표달성도 불투명하다는 견해도 있다. 서강대 김경환 교수는 “주택시장 내부를 보면 금리인상의 타격은 이자부담 능력이 떨어지는 실수요 서민층과 지방ㆍ강북 등에 우선적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상론도 만만치 않다. 홍익대 경제학과 전성인 교수는 “현재의 부동산 급등 양상을 막기 위한 방법은 금리 인상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담보인정비율(LTV)ㆍ소득대비 부채상환비율(DTI) 강화 같은 담보 억제대책은 이미 더 이상 강화할 수 없는 수준이어서 효과가 의심스러울 뿐 아니라, 대출규제가 돈 없는 서민에게만 적용되는 역효과가 나타날 것이라 주장한다. 금통위원을 지낸 성균관대 경제학과 김태동 교수는 “이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 없는 서민에게 집값 오르는 것 보다 더 큰 부담이 없는데, 금리인상이 서민에 피해를 줄 것이라는 주장은 본말이 전도됐다는 것이다.
찬반론은 이렇게 뜨겁게 갈리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동결론이 다수다. 블룸버그 통신은 발 빠르게 한국 관련 금융전문가 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그 중 7명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내년이 될 것”이라 답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