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일보 문학상 후보자 인터뷰] <4> 김윤영·전성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일보 문학상 후보자 인터뷰] <4> 김윤영·전성태

입력
2006.11.08 23:55
0 0

■ 김윤영 '그린 핑거'/ "겉은 멀쩡한데 비틀린 사람에 관심"

“상처 받거나 비틀린 사람, 겉으로는 멀쩡한데 안으로는 소용돌이치는 사람들에게 주로 관심이 가요. 부나 외모, 학벌 같이 사회적으로 강요되는 조건들이 여자, 무식, 가난 같은 요소들과 결합됐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김윤영(35)씨의 단편 <그린 핑거> 는 천국처럼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는 여자의 살부(殺夫) 스토리다. 캐나다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하는 민박 집을 운영하는 교민 부부는 외견상 평화로워 보이는 결혼생활을 영위하지만, 과거 언청이였던 아내는 아이를 갖지 않으려는 남편으로 인해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소설 속에서 남편을 죽인 게 두 번째인데요, 간혹 친구들이 부부 사이에 문제 있냐고 물어봐요.(웃음) 제가 소설을 쓰면 늘 남편이 가장 먼저 읽고 교정을 봐주는데, 다행스럽게도 소설 속에 남편의 죽음을 명시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더니 죽은 줄 모르고 그냥 지나가더라구요.”

<루이뷔똥> <타잔> 등 두 권의 소설집을 통해 여성 작가로는 드물게 남성적인 글쓰기를 선보여온 김씨는 최근 들어 또래 여성들의 문제에 관심이 간다고 했다. “물론 사랑이나 권태, 불륜 등을 섬세하게 그리는 작업은 절대 못할 거예요. 하지만 내 또래 여성들의 얘기를 통해 한국사회의 병폐를 조목조목 짚어보는 일은 제가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린 핑거> 도 아름다워지고 싶은 여성의 욕망과 외모에 집착하는 사회의 병리적 징후가 맞아떨어진 작품이죠.”

김씨는 대학원에서 한국현대사를 전공한 후 백수로 지내다 1998년 처음 쓴 소설이 문예지 신인문학상에 당선되면서 “얼떨결에” 작가가 됐다. “사실 지금도 습작하는 기분이에요. 아직도 소설보다는 사회학과 역사에 더 많은 관심이 가니 미문의 대작가가 되긴 어려울 것 같고, 문학과 사회의 접점에서 재미난 얘기들을 발굴하는 괴짜 리얼리즘 작가가 되는 게 꿈입니다. 지난 6년간 꽤 헤맸는데, 이젠 저 같은 작가가 한국문학사에 남아도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드네요.”

◆ 심사평

반전에 반전… 재치있는 단편 교범

<그린 핑거> 는 소위 ‘믿을 수 없는 화자’의 서술을 이용하여 사건의 반전을 꾀하고 있는 영리한 소설이다. 단편소설의 교범 같다고 할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서술은 적절한 위치에 숨어있는 복선과 만나 단편의 형식미를 배가시키며 쾌미를 더해준다. 상큼하고 발랄한 작가의 재치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여기 구순구개열이라고 불리는 선천적 언청이 여자가 있다. 가난하고 무식한 엄마가 임신 중 약을 지어먹고 계속 일을 하다가 결국은 기형아를 낳고만 것이다. 돈이 없어 수술도 하지 못한 채 이십대를 감자를 깎고 돼지뼈를 고고 순대를 삶으면서 보낸다. 이제까지의 우리 소설사에서 이런 종류의 인물이라면 쉽게 동정과 연민의 대상이 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희생과 피해의 서사는 우리 소설을 윤리적으로 만드는 가장 확실한 근거이기도 했다. 그러나 신예작가 김윤영은 소설의 표면을 주도하는 여자의 서술을 믿을 수 없도록 살짝 비틀면서 우리의 고정 관념을 조롱한다. 어쩌면 정작 가장 비윤리적인 것은 쓸데없는 휴머니즘인지도 모른다. <그린 핑거> 는 이 가엾은 언청이 소녀를 우리 소설사에서 다시 찾아보기 어려운 악녀로 만듦으로써 이 가능성에 한 발 다가갔다. 도발적인 착상과 패기가 흥미롭다.

■ 전성태 '코리언 솔저'/ "내 몸에 박힌 군사문화 드러내"

“군대 3년도 모자라 마흔이 넘도록 예비군이니 민방위훈련이니 다니며 군복을 입고총을 잡아야 하는게한국 남성입니다. 한국 남성들의 정체성, 분단국가의 정체성을 써보고 싶었어요. 어쩌면 저도 작가보다는 군인이 정체성의 더 많은 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해요.”

전성태(37)씨의 단편 <코리언 솔저> 는 지난해 9월부터 올 3월까지 문인 레지던스 프로그램 참석차 몽골 울란바토르에 거주했던 경험에서 비롯됐다. 절로 시가 써질 것 같은 드넓은 초원, 대륙을 호령했던 칭기즈칸의 땅. 그러나 몽골의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마치 지층 같은 도시였어요. 우리보다더급작스럽게 자본주의를 흡수하는 과정이라 사회가 굉장히 혼란스럽고, 일상에서 부딪히는 비합리적인 일들에 짜증스러울 때도 많았죠. 인식하지 못했던내안의 제국주의, 군사문화 같은 것들이자연스레 나올 수밖에 없는 땅이었습니다.”

1994년 등단 때부터 꾸준히 농촌사회 등 공동체의 문제를 다뤄온 그는 두 번째 소설집 <국경을 넘는일> 부터 공동체의 의미를 재해석하면서 개인의 실존이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자리 잡게 되는지를 그리고 있다. “ <코리언 솔저> 도 그런 작업의 일환입니다. 제 개인과 밀착된 얘기를 하는 게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단순히 공동체의옛 기억을 복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의미 있고 재미있는 일 같아요.”

전씨는 소설을 쓸 때보다 문장이 찾아오도록 소설에 몸을 맞춰가는 전(前)과정에서 더 큰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아무것도 안하고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 아무 걱정없이 고요한 마음으로 걷거나 책을 읽는 시간들이 너무 좋습니다. 그렇게 문장이 찾아오길 기다리면 거짓말처럼 문장이 오거든요.”

최근 교수신문이 30대평론가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주목해야 할 소설가로 선정되는등 등단 12년만에 새삼 문단의 관심을 받고있는 그는 “어쩐지 주목만 받다가 끝날 것 같아 불안하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부담되니까 주목좀 그만해 주십시오.

주목받든못받든열심히쓸테니까요.”

◆ 심사평

현실성 있는 치밀한 묘사 돋보여

전성태는 느리지만 또박또박 자신의 행보를 가는 작가다. 단편 <코리언 솔저> 는 작품집 <국경을 넘는일> 의문제의식을 보다 내밀하게 가다듬은 작품이다. 한편에는 몽골의 일상을 가볍게 본 제국주의적 심리에 대한비판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국경(경계)을 넘는 일의 현실성에 대한 치밀한 묘사가 있다.

시를 쓰려고 몽골에 간<코리언솔저> 의교수는 소매치기와 강도들의 위협에 시달린 후 자신의 아파트에 스스로를 유폐하며지낸다.

하지만 방심했던 것일까. 전기검침원이 왔을때 잠시 밖으로 나갔다가 열쇠를 안에 둔 채로 문을 닫는다. 몽고에는 열쇠기술자가 없다.

한국에서 3년간 군인이었다며 30미터 높이의 아파트 창문으로 들어 가기로결정한 그. 이제 몽골인들이 외친다. “코리언솔저파이팅”. 그렇다면 왜 하필 그 지점에서 군인이 떠올랐던 것일까. 군인이란 공동체의 경계(국경)에서 외부의 위협을 대비하고 경계하는 사람이다. 달리 말하면 코리언 솔저란우리의 무의식에 자리 잡은경계 의식의 상징인 것이다. 눈에보이는 국경은 건널 수 있지만, 군인으로 대변되는 경계의 무의식은 생물학적인 본능과 제국주의적 심리에 모두 닿아있는 것이어서 문제적이다. 현실의 복잡성을 포착한 작가의 섬세한 태도가 무엇보다도 돋보인다.

문학평론가 김동식 문학평론가 신수정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