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문제 나왔니?”
“뭐였더라. ‘베세토(BESETOㆍ베이징 서울 도쿄가 중심이 된 동북아 경제ㆍ문화권)’라는 용어를 알아야 풀 수 있던데….”
서울 지역 6개 외국어고가 일제히 2007학년도 일반전형을 실시했던 지난달 31일, 특수목적고 입시학원 관계자의 움직임은 분주했다. 고사장에서 시험을 마치고 나온 학생에게 어떤 구술면접 시험 문제가 나왔는지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한 학원 관계자는 “문제를 정확히 기억한 학생에게 ‘사례금’으로 5만원쯤 건네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그 동안 시험 직후 바로 공개되지 않았던 외고 입시 문제가 이르면 2008년도 전형부터는 전면 공개될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은 8일 “외고 관계자와 중학교 교사 6,7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현행 서울 지역 외고 입시 운영에 관한 문제점을 검토해 보완해 나갈 생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전형 직후 문제 완전 공개 ▦시험 시간 적정 여부 ▦중학 교과 과정 내 문제 출제 등을 검토하게 된다. 이는 외고 입시의 사교육 의존도를 줄이고 특목고 진학 지도의 주도권을 공교육으로 가져 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각 외고는 그 동안 ‘입시 문제 비공개’ 원칙을 고수해왔다. 학교에 따라선 10월 전후 입시를 치른 뒤 이듬해 5, 6월 문제를 일부 공개하는 곳도 있지만, 다음해 입시가 돌아올 때까지 공개하지 않는 곳도 있어 응시생들의 불만이 쌓여 왔다. 서울 모 외고 교감 L씨는 “채점과 문제 내용에 관한 시비 등 시험에 따른 여러 잡음이 생길 수 있어 공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외고 합격생 딸 아이를 둔 이모(45ㆍ여)씨는 “기출문제가 공개되지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특목고 대비 전문 학원에 의존해 정보를 얻을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이밖에 ‘사실상 고교 1, 2학년 지필고사 수준’이었던 외고 시험 문제를 중학교 교과서 범위내에서 출제하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각 외고가 공동 입시문제출제관리본부를 구성토록 한 뒤 교육청 장학사를 출제 검토위원으로 참여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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