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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고건' 盧때리고 DJ와 거리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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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고건' 盧때리고 DJ와 거리두고

입력
2006.11.08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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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전 총리가 변화와 조절을 강조하며 햇볕정책에 대해 미묘한 비판에 나섰다.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듯한 행보로 읽힐 수 있어 시점상 양쪽간 미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특히 지난 4일 노무현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의 오찬 회동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고 전 총리는 노 대통령의 북핵 사태 대응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해, 노 대통령과의 차별화 방침을 재차 분명히 드러냈다.

고 전 총리는 8일 경북 안동대 특강에서 “북핵실험이라는 중대한 상황변경에 따라 대북 협력정책의 수준과 방법에 신속하고 분명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햇볕도 사계절에 따라 변화가 있듯이 남북관계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긴박한 사태 속에서도 기존 자세를 고집하는 경직된 유화책은 위험하다”며 “유화정책을 실용적 중도노선으로 교정해 지속적인 동포애와 추상 같은 제재를 합리적으로 배합한 ‘가을햇볕전략’으로 변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전 총리는 그러나 “햇볕이 겨울에도 사라지지 않듯이 햇볕정책도 상황에 따라 강온을 잘 조절해 계속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판은 하되, 햇볕정책의 정당성까지 부인하지는 않는 완곡한 입장을 취한 것이다.

이 같은 행보는 우선 DJ와의 거리 두기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사실 고 전 총리의 이런 언급은 기존 입장과 크게 다른 것은 아니다. 그러나 노 대통령과 DJ의 회동에 위기의식을 느껴 새삼스런 ‘행동’에 나섰다는 분석은 가능하다. 고 전 총리로선 DJ와 노 대통령이 모종의 합작을 통해 정계개편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자신의 설 자리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를 경계하며 모종의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읽히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하게 보기만도 어렵다. 호남에 지지기반을 두고 있는 고 전 총리로서는 DJ와 섣불리 각을 세워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그가 이날 강연 내용이 알려지자 특강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햇볕정책과 참여정부의 포용정책은 차이가 있다”고 구별하며, “햇볕정책은 튼튼한 안보를 토대로 했고 성과가 있었다. 그 기조는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자신의 언급이 DJ와 각세우기로 비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차단막을 친 것이다. 노 대통령과 DJ 회동에 대해서도 “자연스러운 일이며 모임이 정치적인 성격을 띠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다만 DJ의 눈치를 보느라고 정책적 소신을 말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는 점은 분명히 한 것 같다. 이를테면 DJ와 불가원(不可遠)의 관계는 유지하되, 가깝게 지낼 지는 고민중인 셈이다.

고 전 총리는 또 노 대통령을 직접 비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은 북핵실험 이후 유화책을 포기한다는 의사를 공개 표명하더니 요즘은 안이하고 경직된 유화책 고수론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포용정책에 대해서도 “햇볕정책에 이념편향을 강하게 가한 경직된 대북 유화정책으로, 일방적 퍼주기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과 차별화를 하겠다는 뜻을 다시 한번 명확히 한 것이다.

신당 깃발을 올린 고 전 총리로서는 노 대통령을 딛고 가야 한다는 방침은 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DJ와의 관계 설정은 고민거리로 남아 있어, 향후 어떤 선택을 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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