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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검은 대륙] <4·끝> 남아공, 희망봉에 닻을 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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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검은 대륙] <4·끝> 남아공, 희망봉에 닻을 내려라

입력
2006.11.08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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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컵 특수 시작 "500억弗 시장 잡아라"

“남아공의 월드컵 개최는 아무 문제 없습니다. 우리가 걱정하는 단 한가지는 축구팀의 성적일 뿐입니다.”

‘남아공의 최대기업 최고경영자(CEO)인 패트리스 모세페 남아공 경제연합(BUSA) 회장은 최근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한-남아공 경제협력위원회에 참석, 이렇게 장담했다.

그는 “남아공 경제는 2004년 4.5%, 지난해 4.9% 성장하는 등 재도약의 단계로 진입했다”며 “ 월드컵 개최 뿐만 아니라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방편으로 2014년까지 남아공 경제가 5% 이상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공공부문에서 인프라 구축에 450억~500억 달러를 투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중 전력 분야는 150억 달러, 도로 항만 철도는 150억 달러, 통신 인프라 및 스타디움 건설 등 나머지 분야에 150억~200억 달러가 각각 투입될 전망이다.

요하네스버그와 인근지역에서는 건설공사가 한창 벌어지고 있어 월드컵 준비에 적극 나서고 있음을 실감케하고 있다. 요하네스버그와 인근에 위치한 행정수도인 프레토리아 주변에 도로 확장공사가 진행중인 것이 대표적이다. 남아공 정부 입찰사상 최대 규모(33억 달러)로 꼽히는 도심고속철도 건설 프로젝트(요하네스버그-프레토리아-요하네스버그 국제공항(총 80㎞))도 막 시작돼 역사들이 올라가고 있었다.

월드컵 관련 프로젝트 입찰도 물밑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게 현지 주재원들의 전언이다. 남아공 정부는 올해말과 내년 상반기에 대부분 업체들을 선정할 예정이어서 각국의 기업인들이 이곳으로 물밀 듯 밀려들고 있다.

그 동안 본격적인 투자나 진출이 없었던 한국의 기업들도 희망봉에 닻을 내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남아공에는 현재 12개의 한국 기업들이 진출해 있으나 대부분 1인 지사이거나 소규모 판매 법인 형태에 머물고 있다.

한국기업이 노리고 있는 가장 유망한 시장은 150억 달러 규모의 전력 발전 및 송배전 분야. 지난달부터 시작된 전력 공사 입찰에 현대건설 등 주요 기업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현대건설의 경우 요하네스버그에서 케이프타운까지 1,400㎞의 송ㆍ변전선로 건설 공사(3억달러 상당)의 1단계에 도전했고, 현대중공업과 효성중공업도 남아공의 변압기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발전기 분야 시장 진입을 추진중이다. 새로 지을 5개의 경기장 가운데 더반 지역에 들어설 스타디움에는 성원건설이 입찰 자격을 따기 위해 일본 독일 업체와 경쟁을 하고 있다.

현대건설 한호범 전무는 “남아공 전력시장의 수요가 무궁무진하다”며 “남아공에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지사 또는 법인 설립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KOTRA 이종건 요하네스버그 무역관장은 “한국 기업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DMB등 방송 통신 분야, 지능형 교통통신 시스템, CCTVㆍ지문 인식기 등 보안관련 제품, 건설 중장비의 시장 전망이 무척 밝아 말 그대로 황금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 삼성전자, 현대ㆍ기아자동차 등 이미 현지에 법인이나 지사를 두고 있는 우리 기업들도 월드컵 특수에 잔뜩 기대를 걸고 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1,000만 달러를 투자, 약 90배에 달하는 9조원의 홍보효과를 누렸던 현대차의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 현대차의 경우 기아차와 공동으로 지난달 케이프타운에서 열렸던 국제축구연맹(FIFA)과 남아공 월드컵조직위원회간의 회의에 차량을 제공하기도 했다.

남아공은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이 거의 없어 자동차가 필수품이다. 더욱이 최근 경제 호전으로 흑인 중산층이 급격히 늘면서 차량 판매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월드컵 특수가 이 같은 흐름을 더욱 재촉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소형 승용차와 1톤 트럭의 수요가 많아지고 있어 고무적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해 3만대를 남아공에서 팔아 시장점유율 7위를 기록했는데 올해에는 약 25% 늘어난 4만대 판매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아차 관계자도 “내년에는 올해(1만5,700대 예상)보다 30% 정도 더 증가할 전망”이라고 낙관했다.

현재 남아공을 비롯한 아프리카에서 에어컨, PDP TV등의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LG전자나 남아공 휴대폰시장에서 3위에 올라있는 삼성전자도 상황은 마찬가지.

2003년 남아공에서 열린 ‘크리켓 대회’를 후원, 현지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크게 높인 LG전자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태석진 LG전자 남아공 법인장은 “청소기와 모니터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제품에서 1등을 하고 있다”며 “지난 5년간 35%이상 고속 성장을 해왔다는데, 2010년 월드컵 전까지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요하네스버그(남아공) 박진용기자 hub@hk.co.kr

■ 김균섭 駐남아공 대사

“내년 2, 3월께 남아공에서 한국과 한류를 모두 보여줄 수 있는 ‘코리아 한마당’을 펼칠 생각입니다.”

김균섭(56) 남아공 주재 대사는 만나자마자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얘기부터 꺼냈다. 산업자원부 기획관리실장,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을 역임한 그는 “남아공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에 대해 잘 모른다”며 “한국의 월드컵 개최 경험을 밑천으로 삼아 남아공 소비자들에게 접근, 한국상품의 인지도를 끌어올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남아공 당국과 공동 후원하는 형태로 한국의 2002년 월드컵 개최 경험, 정보기술(IT)및 치안 확보 노하우, 나아가 한류문화까지 모두 아우르는 종합 전시회를 계획중이다.

김 대사는 “남아공 경제가 아프리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7%를 차지하는데다, 국민소득도 2002년~2005년 사이에 2배 이상 높아졌다“며 “앞으로 월드컵 특수까지 겹쳐 비즈니스 기회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가 중국에 비해 아프리카 진출이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남아공에 빨리 교두보를 마련해야 한다”며 “에너지의 대부분을 중동에 의존하는 우리로서는 다양한 자원 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해서도 자원 부국인 남아공과의 협력이 매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지 진출한 한국기업 주재원들을 상대로 2009년까지 매출액을 현재의 3배로 올리자는 캠페인을 시작한 그는 아프리카의 치안 문제와 관련, “주의해야 하는 것은 틀림없지만, 이를 과장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언제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만 다녔는가? 지금이야말로 기업가정신, 벤처 정신이 꼭 필요한 시기”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 머리부터 발끝까지 메이드 인 차이나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자원 싹쓸이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일반 소비재 시장도 석권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지난해까지 아프리카에 진출한 중국기업은 무려 700여개.

우선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만난 20대의 타이오 아덱보예양의 경우를 보자. 라고스에서 차로 두시간 거리인 에케티 주에서 소매상을 한다는 그녀의 옷차림은 중국제 일색이었다.

신발(중국제 ‘베로쿠오이’ 상표(1,600나이라ㆍ한화 1만3,000원)는 물론 귀거리, 목거리까지 모두 그랬다. 특히 노란색 바탕에 화려한 문양이 새겨진 나이지리아 전통의상 ‘앙카라’마저 중국산이었다. 아덱보예양은 “중국제는 귀금속이든, 의류든 값이 싸 나이지리아에서 가장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에서 대중 교통수단으로 인기가 있는 오토바이 역시 대부분이 중국제 ‘진청’이 장악하고 있다. 100㏄짜리 진청 한대가 나이지리아에서 4만나이라(32만원)에 팔린다. 남아공에서는 중국산 의류들이 쏟아져 섬유상들이 도산 위기에 몰리자 노조가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에어컨이나 TV, 냉장고 등 전자제품의 경우 아직 한국의 LG전자 제품이 중국산 하이얼 등을 압도하고 있지만 중국의 저가공세가 만만치 않다고 현지 교민들은 전하고 있다.

중국의 지난해 아프리카 교역액은 전년도에 비해 36%가 급증한 390억 달러로 미국 프랑스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91억 달러였다. 중국의 시장 점유율도 약 6%로 한국(2.3%)의 세 배, 일본(3.5%)의 거의 두 배나 됐다.

박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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