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출신 영화배우 피터 셀러스의 출연작 중 '핑크 팬더(Pink Panther)'라는 코미디영화 시리즈가 있었다. 셀러스는 이 영화에서 엉터리 프랑스식 영어를 구사하는 파리 경시청의 끌루쏘 경사 역으로 나온다.
무능함과 엉뚱한 좌충우돌로 일관하지만 운 좋게 범인을 체포해 공을 세우는 인물이다. 그의 무능과 천운은 그의 상관을 정신병원으로 끌려가게 만들지만 말이다.
● 인위적 소폭 인상 효과 없어
무능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국민들을 그 상관의 꼴로 만들고 있다. 가격이 몇 배로 뛴 주택소유주들은 그 즐거움에 혼자 실없이 희죽거린다. 부동산 가격억제 정책이 성공하기를 바랐던 실수요자들은 어처구니가 없고 머리끝까지 화가 나 있다. 두 부류의 사람들을 합치면 결국 정신병원으로 끌려가는 끌루쏘의 상관 모습이다.
이 정부는 국토 균형발전과 부동산 가격 안정을 대표적인 정책의제로 삼았다. 그런데 그 결과는 잡으려 했던 토끼가 미친개가 되어 오히려 사람을 공격하는 형상이 되고 말았다.
균형발전을 위해 쏟아부은 20조원 이상의 토지보상비가 부동산 투기의 밑거름이 되어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직결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막대한 토지보상비를 받은 사람의 행태를 추론해 보자. 큰 수익을 올린 경험 때문에 그의 목표수익률은 원대하다.
여기에 학습효과가 더해졌으니 부동산 투자도 이젠 크게 어려울 것 같지 않다. 그동안 가격 상승세로 값이 오른 서울 강남의 아파트도 그리 비싸 보이지 않는다. 마침내 이들은 보유세, 종부세 부담을 상쇄할 정도의 큰 매매차익을 노리며 고가의 부동산에 투자하게 된다.
그렇다면 금리를 올리면 이런 성향의 부동산 투자를 막을 수 있을까? 이런 계층의 목표수익률 수준으로 은행 수신금리를 맞추어 주려면 아마도 1~2%포인트 정도의 인상은 미흡할 것이다.
기나긴 내수 부진의 내우(內憂)와 북 핵실험의 지정학적 외환(外患)에 시달리는 우리경제 상황을 감안했을 때 과연 필요한 만큼 금리를 올릴 수 있을까는 부정적이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시장참가자들에게 한두 차례 0.25% 포인트 금리인상은 실없는 짓이 된다.
차라리 은행권의 대출 여력을 직접적으로 줄일 수 있는 지급준비율 인상이 더 고려할 만 하다. 물론 세계적인 추세와 다르고 은행들이 수익성에 부담이 된다고 불평을 할 것이나 기업이나 소비자에게는 전반적 금리 인상보다 단기적인 충격이 덜할 것이다.
● 기업 투자로 시장금리 오르게 해야
금리를 인위적으로 올리는 방법보다는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여유자금을 동원해서 열심히 투자하게 하여 단기 부동자금의 총량이 줄어들게 함으로써 시장금리를 오르게 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토지보상비의 전주가 현금을 은행에 넣어둘 수준까지도 금리가 오를 수 있다. 그때쯤 되면 고금리에 대한 불만도 나오겠지만 지금은 요원한 일이다.
수요공급의 이치를 무시하면서 공급확대 없이 주택가격을 잡겠다고 세금폭탄까지 터뜨려가며 독기를 보이던 현 정부가 초래한 결과를 보면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를 몰라 한숨만 나온다.
이제는 임기 1년을 남겨놓고 무슨 협박을 해도 심각히 받아들이는 사람이 없는 지경이 되었다. 그동안 부동산 정책에 관여했던 분들이 작년에 잘 했다고 훈장까지 받아 달았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끌루쏘 영화가 연상된다. 코미디영화보다 더 웃기는 우리의 현실에 심란하다.
허찬국ㆍ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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