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에서 보낸 2박3일, 낯선 사람을 마주칠 때마다 '북측 주민일까? 민간인일까, 아닐까?' 슬쩍 궁금했다. 6.15 민족문학인협회 결성식과 뒤풀이 행사 현장에 있었던 때 빼놓고 여느 관광과 다를 바 없이 지냈다.
식당 뷔페 테이블에서 짙푸른 시금치나물을 몇 접시씩 탐식하며 '금강산도 식후경'을 뇌었고, 기념품 판매소와 면세점에서는 '관광여행의 꽃'인 쇼핑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추운 지역에서만 자란다는 주목(朱木)으로 만든 지압봉과 목침 등속을 파는 곳에서 일행을 많이 만났는데, 문인들 몸이 전반적으로 찌뿌듯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우리와 같은 코스로 온 '순수 관광객'들과 자주 길이 겹쳤다. 주로 오륙십대 연배 분들이었다. 등반로 쉼터를 지날 때 한 남자 관광객이, 한껏 정중하게, 판매원에게 "차 한 잔 드실래요?"라고 건네는 말을 들었다.
이쪽에서였으면, 초면의 젊은 여성 판매원에게 별 생각 없이 함부로 반말을 했을 것도 같은데. '북측 사람은 자존심이 강하다. 젊은 처자에게 아가씨라 부르면 모욕감을 느낀다. 상대방을 부를 때는 선생이나 씨를 붙여라' 등 방북 교육의 효과? 어쩌면 그로서는 처음 경험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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