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약진으로 조지 W 부시 공화당 정권과 의회의 권력구도는 근본적으로 재편됐다. 12년째 상ㆍ하 양원을 장악해온 공화당의 독주 시대가 막을 내리고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이 민주당의 주장을 경청해야만 하는 변화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민주당은 또 50개 주 가운데 민주당 주지사가 열세였던 상황도 역전시킴으로써 공화당 정권에 대한 압박을 한층 더 강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민주당으로서는 내친 김에 2008년 대선까지 이번 선거의 여세를 몰아가려 할 것이기 때문에 미국 정치에서 바람직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기 보다는 대립과 갈등이 더욱 확연하게 부각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부시 대통령이 그 동안 보여온 독선적인 국정 스타일에 비추어 쉽게 그의 고집을 꺾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이러한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공화, 민주 양당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이라크전 등에서 사안의 성격상 접점을 찾기 위한 대안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다만 민주당도 공화당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길을 찾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고 부시 대통령도 공화당내 압력으로 태도가 유연해질 수도 있어 대선 국면이 본격화하기 까지는 협력적 모습이 연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라크전 실패 등의 여파로 지지도가 30%대로 떨어져 있는 부시 대통령에게 중간선거 패배는 더욱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공화당 내에서의 반란 조짐 등 때문에 이미 레임덕이 시작됐다는 평가를 받아 온 부시 대통령은 재선 임기를 2년 3개월이나 남겨뒀음에도 불구하고 레임덕의 가속화를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부시 대통령의 레임덕은 공화당 내부에서 보면 2008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부시 대통령과 노선을 달리하는 보다 온건하고 중도적인 인물이 부각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의 퇴조는 대외정책에서 뿐만 아니라 국내정책에서도 상당한 변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민주당이 보다 강력하게 입법권을 통제함으로써 국내정책에 대한 영향력은 대외정책에서보다 더욱 실질적일 수 있다. 우선 민주당은 부자들만을 위한 것이라고 비판해 온 부시 정권의 감세 정책에 손을 대려 할 공산이 크다. 민주당은 부유층에는 세금을 더 물리되 중산층에는 감세혜택을 주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무보험자에게도 건강보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등의 복지위주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미국 경제와 관련해서는 현재의 경제기조가 나쁘지 않은 상황이고 민주당의 승세가 이미 주가 등에도 반영돼 있기 때문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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