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올 것이 왔다. 법원은 끝내 타협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유회원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예상보다 일찍 끝난 것과 대조적으로 영장발부 심사가 8일 0시를 넘기자 한때 일부 영장은 발부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의 입장에 변화는 없었다. 검찰은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검찰을 사법 동반자로 인정하지 않은 처사”라며 법원에 대한 불만과 반감을 숨기지 않았다. 법원 검찰 간 갈등이 극한상황으로 치달을 조짐이다.
법ㆍ검 갈등 확산
3일 새벽 엘리스 쇼트 부회장 등 론스타 임원 3명의 체포ㆍ구속영장이 처음 기각된 직후 검찰은 토씨 하나 고치지 않고 영장을 재청구했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으니 똑 같은 조건으로 다시 한번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후 검찰은 증권거래 전문가의 의견 등 일부 보충 자료를 제출했다. 공연히 법원과의 힘 대결로 가는 것보다 실리를 얻는 쪽을 택한 것이다. 약간이라도 판단 근거가 달라진 만큼 내심 법원의 결정이 바뀌기를 바랐다.
그러나 7일 이 같은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자 검찰은 “해도 너무 한다”는 반응이다.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장 살인 행위’로 비유되는 주가 조작 행위를 법원이 비호하는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다. 사법 정의가 왜곡된다면 법원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성토했다. “더 이상 법원이 검찰의 발목을 잡는 것을 지켜보고 있을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6일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의 영장이 발부될 때만해도 법원과 검찰의 갈등은 잠시 유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듯 했다. 하지만 ‘메인 게임’에서 다시 법원과 검찰이 큰 견해 차이를 보이면서 두 기관의 갈등 봉합은 요원해졌다. 검찰은 또다시 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먼저 머리를 숙일 수 없다는 입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론스타 정조준 비껴가나
검찰이 쇼트 부회장 등의 체포영장과 유회원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의 구속영장에 집착하는 이유는 론스타 본사를 겨냥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의 다른 축인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수사에서 론스타는 한 걸음 비껴 서있다. 외환은행 매각을 주도한 이 전 행장과 금융감독 관계자들이 주요 수사 대상이다.
반면 외환카드 주가 조작은 외환은행 경영진 모르게 론스타 측 인사들이 은밀히 진행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 중에서도 유씨는 핵심 인물로 지목돼 왔다. 검찰은 유씨가 론스타 본사와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주가 조작 계획을 실행에 옮긴 것으로 보고 있다.
유씨는 또한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을 풀어줄 열쇠도 쥐고 있다. 검찰은 수사 초기 유씨를 개인 비리 혐의로 구속하려다 역시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실패했다. 유씨의 신병을 확보해 론스타 본사를 수사망으로 끌어들임과 동시에 외환은행 헐값 매각 수사에서 진전을 보려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게 검찰의 복안이었던 것이다. 이번 영장 기각으로 검찰이 새로운 물꼬를 트는 데 실패한 셈이다.
한 검사는 “더 이상 수사를 하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 없다”며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유씨를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외환카드 주가 조작 수사가 끝나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푸념도 터져 나왔다.
론스타 수사는 당장 성과를 거두기 어려워 장기화가 불가피해졌다. 무엇보다 쇼트 부회장 등이 처벌을 자신하는 검찰소환에 응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소환에 불응하는 이들에 대해 미 사법당국에 범죄인인도를 청구하는 것도 어렵게 됐다. 미 당국이 응한다고 해도 신병인도에는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린다.
검찰로선 국내외 정치ㆍ경제계가 주목하는 론스타 수사의 뚜렷한 성과가 없을 경우 부담이 커지게 된다. 사상 초유의 론스타 수사에 대해 미 월가를 비롯 세계는 비상한 관심을 보여왔다. 이들의 시선에 론스타 수사는 외국자본에 대해 한국인의 경계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이해되는 측면이 강하다. 외환은행 인수로 3년만에 4조원 이상의 차익을 챙길 론스타에 대한 국민 감정을 풀어주는 수사라는 의심이다. 지금도 론스타 경영진은 “정치적으로 의도된 수사”라는 음모론을 주장하고 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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