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점수차는 크지 않다. 학원에 보내지 말고 책을 마음껏 읽고 자유롭게 생각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서울대 총장에서 물러난 후 평교수로 돌아간 정운찬(경제학ㆍ58) 교수가 7일 초등학교를 찾았다. 그는 이날 서울 동작구 강남초등학교(교장 김철규)의 초청을 받고 ‘한국의 미래와 교육의 미래’를 주제로 학생 학부모 200여 명 앞에서 특강을 했다. 그는 지난 1개월 동안 강의 틈틈이 시간을 내 경북 포항, 충남 아산 등 전국을 다니며 강연을 하고 있다.
“졸업한 지 46년 만에 초등학교를 오니 너무 떨린다”는 정 교수는 “논술 채점을 7번 해봤지만 기본 점수를 감안하면 점수차는 2,3점 이었다. 초등학교부터 논술 공부를 시킨다고 하는데 그럴 필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아이 똑똑하게 잘 키우는 방법을 묻자 그는 “자식 둘을 키우면서 공부하라 강요하지 않았다”며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도록 길러주신 어머니의 영향”이라고 답했다.
정 교수는 또 “꼭 서울대에 보내야 자식 교육에 성공한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이라며 “서울대에서 처지는 학생으로 남느니 다른 곳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총장 시절 교육인적자원부 ‘3불(본고사,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정책’에 반대하며 “소신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는 이날도 정부의 교육정책을 거침없이 비판했다.
정 교수는 “1960년대 최빈국에서 1인당 국민소득(GNP) 4만 달러의 소강국(小强國)으로 변신한 아일랜드를 본받아야 한다”며 “교육정책을 일관되게 유지하며 아이들이 유연하고 실용적으로 생각하도록 만든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우리 정부는 평준화만이 정답인 것처럼 믿고 학교에게 자율권을 주기보다 통제만 하려 한다”며 “97년 외환위기가 교육 시스템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처럼 지금 교육 정책으로는 또 한번의 외환위기를 맞을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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