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 회담 재개를 앞두고 한국과 미국이 7일 고위급 회동을 통해 대북대응 공조를 다졌지만, 서먹한 분위기를 완전히 가리지는 못했다. 전날 도쿄에서 ‘강력한 대북압박’이라는 한 목소리를 낸 미일의 고위급 회동과 비교해 보면 양국 공조라는 원론확인에 그친 이날 한미 고위급 회동은 양국간 마찰요인이 여전히 잠복하고 역설적으로 암시한 자리였다.
외교부에서 있은 유명환 1차관-니컬러스 번스 정무차관, 박인국 외교정책실장-로버트 조지프 군축ㆍ비확산 담당차관 등 두 갈래의 고위급회동에서 양국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의 우리측 참여확대 문제 등 양국간 쟁점에 대한 논의를 피했다.
대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이행과 6자 회담 관련 대북 대응책을 집중 협의했다. 이마저도 결론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와 안정 유지와 강화를 위한 공동의 의지 재확인”, “유엔안보리 결의의 효과적 이행을 통한 국제사회의 일치된 목소리 견지가 중요”라는 외교적 수사 수준에 머물렀다. 전날 미일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수용, 일부 핵 시설의 해체 착수 등 대북 사전조치를 요구키로 합의하는 것과 대조되는 내용이다.
‘PSI 전도사’로 불리는 조지프 차관은 회동 후 기자들에게 “안보리 이행결의와 관련한 모든 이슈를 생산적으로 논의했다”고 말했지만,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PSI 논의를 유보한 대신 우리측은 이날 안보리결의 이행차원의 북측 선박 검색방안을 집중 설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우리측은 한반도 주변 해역에선 해운합의서에 따른 활동을 하겠다는 입장에 따라 관련 규정인 합의서 8조 F에 있는 사항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조지프 차관은 우리측 설명에 대해 “잘 알았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것을 미측이 실질적 이해로 여기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편 번스 차관은 이날 차관급 전략대화에서 유난히 굳건한 한미동맹을 강조했다. 번스 차관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평화유지군 파병 등 세계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한국측 기여에 감사한다”며 “현대적 의미에서 굳건한 한미동맹이 지속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선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사태 이후 한미동맹의 균열조짐이 완연한 가운데 불안한 한미 관계를 덮기 위한 발언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미측으로서는 여러 현안에 대한 이견에도 불구하고, 대북압박의 고삐를 조이기 위한 동맹국의 공조가 일단 절실할 것이라는 시각에서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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