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철만 되면 참배객들로 몸살을 앓는 경북 경산시 팔공산 갓바위(관봉석조여래좌상ㆍ보물 431호)에 대해 안전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왼쪽으로 5도 정도 기울어져 있는 갓바위의 엉덩이 부분이 깨져 풍화가 계속 될 경우 무너질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2004년부터 정밀조사를 해온 문화재청은 특별한 이상징후가 없다며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경북 경산시 와촌면 팔공산 관봉(850m) 정상에 있는 5.6m 높이의 갓바위 엉덩이 부분 화강암은 만신창이였다. 특히 정면에서 봤을 때 왼쪽 엉덩이 부분에는 길이 1m 폭 1㎝ 정도의 균열이 세로로 길게 생겼다. 또한 엉덩이 부분과 이를 지탱하고 있는 받침석 사이에도 10㎝ 정도의 틈새가 벌어져 있었고, 그 사이에 비바람에 풍화된 화강암이 여러 개 끼워놓았지만 위태롭게 느껴졌다.
문화재 전문위원을 지낸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이수곤(지질전공) 교수는 “역학적으로 볼 때 화강암으로 된 갓바위는 엉덩이가 깨져 바닥에서 떠 있는 상태”라며 “돌 특성상 외부충격에 의해 갑자기 무너질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팔공산 등의 화강암 풍화와 토목지질 공학적 특성 연구’로 1987년 영국 런던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교수는 “갓바위는 당초 붙어있던 화강암의 틈새가 점점 벌어지면서 경사면의 끝에서 암석이 부서지는 ‘전도파괴’ 현상이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루빨리 쐐기 암괴(Key Block)를 촘촘히 틈새에 박아 앞과 오른쪽으로 쏠려있는 갓바위의 무게중심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갓바위에 붙은 이끼 등이 화강암을 훼손시킨다는 학계의 조사가 있었으나 아직 문화재청 차원의 보수공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갓바위를 관할하는 선본사와 문화재청은 2004년부터 정밀조사를 벌이고 있으나 아직까지 이상징후가 없다며 느긋하다. 선본사측은 “기울어진 쪽 엉덩이 부분은 반대편보다 압축강도가 10∼20㎏f/㎠(1㎏f는 1㎏의 물체가 중력가속도에 의해 지구 중심방향으로 미치는 힘) 낮은 것으로 나왔다”며 “아직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도 “갓바위 부처의 가슴과 다리 등 6곳에 측정장치를 달아 기울기와 틈새 등을 측정했으나 기울기에 변동이 없는 것으로 볼 때 안전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갓바위가 외부에 노출돼있어 풍화작용에 따른 균열이 우려되기는 한다고 덧붙였다.
갓바위성역화사업 공사감독관 김호근(43)씨는 “갓바위의 균열이 언제 시작됐는지 알 수 없지만 최근 3년 가까이 문제가 없는 만큼 5년 기간으로 진행중인 문화재청의 1차조사가 끝나는 2009년초에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글ㆍ사진 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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