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이 12년째 상ㆍ하 양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인가. 집권 공화당의 이라크전 실패 등으로 민주당에 찾아온 절호의 기회의 현실화 여부를 판가름할 미 중간선거가 7일 미 전역에서 치러졌다. 미 언론들은 이날 전국의 투표상황을 시시각각 전하면서 민주당이 하원 뿐 아니라 상원에서도 다수당이 되느냐 여부에 초점을 맞춰 상원 접전지역인 버지니아 미주리 몬태나 뉴저지 로드아일랜드주 등의 현장 분위기를 집중 보도했다.
전날 아칸소 플로리다 텍사스주를 돌며 막판까지‘공화당 지키기’에 나섰던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에서 하룻밤을 머문 뒤 7일 워싱턴으로 돌아와 선거결과를 지켜봤다. 개표는 7일 저녁 시작돼 이날 밤 늦게, 또는 8일 새벽(한국시간 8일 오후)에 구체적인 선거 결과가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긴박했던 투표전야-양당, 진화 설득 등 총력전
공화ㆍ민주 양당은 선거운동 마지막날인 6일에도 지지자들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막바지 총력전을 펼쳤다. 이미 지지층 투표율 제고를 위해 ‘72시간 작전’에 돌입했던 공화당은 이날 전국적으로 300만 가구에 전화를 걸거나 직접 방문하는 방식으로 공화당 지지자들로 이어진 네트워크를 가동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민주당도 이에 맞서 자원봉사자들을 동원, 주요 접전 지역에서 공화당의 투표율 제고 작전에 맞불을 놓았다.
전ㆍ현직 대통령 사이에 가시 돋친 설전도 이어졌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 유세 등에서 “민주당은 숨 쉬는 모든 것에 세금을 매길 것이며 숨을 쉬지 않으면 그 자식에게 세금을 거둘 것”이라며 민주당을 몰아 붙였다. 뉴욕 뉴저지 미시건 등 민주당 우세지역을 돌던 민주당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에 맞서 이라크전, 허리케인 카트리나 참사, 공화당 의원의 각종 비리ㆍ섹스 스캔들을 거론하며 “공화당은 무엇하나 잘해낼 수 없는 세력”이라고 공격했다. 공화당은 이날 막판 여론조사에서 정당지지도가 다소 높아진 점을 지적하며 “선거운동을 강하게 끝낼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부시 대통령의 수모-후보가 지원유세 불참
부시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펜사콜라에서 공화당 주지사 후보인 찰리 크리스트 후보 지원에 나섰다가 예기치 않은 수모를 겪었다. 함께 유세하기로 한 크리스트 후보가 부시 대통령을 피해 다른 곳에서 독자적인 선거운동을 벌였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크리스트 후보 대신에 동생인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가 부시 대통령을 소개해야 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 정치고문인 칼 로브 비서실 차장은 “크리스트 후보가 공동 유세를 불과 하루 앞두고 갑자기 일정을 바꿨다”며 “1만명이 운집한 펜사콜라를 제쳐두고 (그가) 24시간 만에 급히 주선한 팜비치 유세에 몇 명이나 모이는지 보자”고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날 CNN 방송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도 부시 대통령의 신경을 자극하는 내용이었다. 부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35%로 조사됐는데 이는 일주일전보다는 2%포인트, 2주일전보다는 4%포인트 낮아진 수치였다.
후세인 교수형 선고의 영향은?-공화 막판 반등 기미도
공화당은 선거 유세 막판에 등장한 ‘후세인 사형선고’효과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퓨 리서치센터는 “공화당이 막판에 상승 기미를 보였다”면서 후세인 효과가 이러한 변화에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했다. 이에 고무된 공화당 후보들은 “안보는 공화당이며 민주당은 대안 없는 정당”이라고 막바지 기세를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측은 “선거 막판에 차이가 좁혀지는 것은 일반적으로 불가피한 현상”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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