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망할 거라 생각하고 하고 싶은 음악 편하게 했어요.”
데뷔 17년째. 1989년 1집 앨범을 발표한 이래 정규 앨범만 8장에 <텅빈 마음>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덩크슛> <천일동안> <가족> 등 히트곡도 무수히 냈다. 그런 이승환에게 새 앨범 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그가 CD로 발표하는 마지막 정규 앨범이기 때문이다. “요즘 CD는 기념품이잖아요. 유원지에서 놀다 가끔 사주는 기념품. 다들 음악을 mp3로 한번 듣고 마니 CD를 낼 이유가 없어요.” 가족> 천일동안> 덩크슛> 세상에> 텅빈>
음악 잘하는 후배들은 일거리가 없어 음악을 포기하고, 앨범 판매로는 제작비도 건지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마음을 비우고 ‘기둥뿌리 뽑는’ 심정으로 많은 돈을 들여 을 만들었다. 그래미상 수상에 빛나는 프로듀서 데이비드 캠벨과 U2, 칙코리아 등의 앨범을 녹음한 엔지니어 저메인 클락을 기용해 사운드의 완성도를 높였다. 하지만 사운드보다 흥미로운 것은 온갖 장르가 ‘이승환식’으로 뒤섞인 의 독특한 스타일이다.
<소통의 오류> 는 타령조 멜로디에 하드록과 사물놀이가 절묘하게 이어지고, 는 록과 가스펠이 뒤섞인다. 타이틀 곡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는 그의 최고 히트곡 <천일동안> 보다 더 큰 스케일을 자랑하는 발라드다. “여러 장르를 섞으면서도 거기에 누가 들어도 알 수 있는 저만의 스타일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국악과 힙합, 록까지 다양한 장르가 섞였지만 그 장르들이 따로 놀지 않고 이승환의 감수성에 의해 일관성을 가진다. 천일동안> 어떻게> 소통의>
하지만 CD가 아닌 미니홈피의 배경 음악으로나 음악을 듣는 것이 표준이 된 요즘, 그의 노력을 알아줄 사람이 얼마나 될까. 돌아오는 대답이 걸작이다. “어차피 제게 미래는 없어요. 지금 내가 할 일은 남은 돈을 다 써서 후회 없는 음악을 하는 거죠. 다 돈만 벌려고 하면 안 되잖아요.”
후회 없는 앨범을 냈으니 앞으로는 공연에 주력할 생각이란다. 12월 29~31일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열리는 <무적 2006> 이 그 시작이 될 예정. 자신의 정체를 숨긴 인디밴드의 형태로 소극장에도 설 계획이다. “명예를 지키며 살고 싶어요. 사람들이 내게 기대하는 음악을 한다는 명예. 17년 동안 그에 부끄럽지 않았으면 된 거죠. 앞으로도 그렇게만 살면 좋겠어요.” CD로 내는 마지막 정규 앨범, 음악만 해서는 수익을 바랄 수 없는 막막한 미래. 하지만 이승환은 어느 때보다 여유롭게 새로운 음악인생을 준비하고 있는 듯 했다. 무적>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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