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6일 구속된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이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현 보고펀드 대표) 등 금융당국 관계자와 공모해 외환은행 헐값 매각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변 대표에 대한 사법처리에 이미 착수했다. 검찰은 “외환은행 매각 동기가 어느 정도 드러났다. 당시 상황에 대한 ‘퍼즐 맞추기’를 대부분 마쳤다”고 밝혀 수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했다.
정책적 판단 오류 아니다
‘2003년 당시에는 외환은행을 꼭 팔아야 할 정도가 아니었고 사모펀드인 론스타에게 팔 이유는 더욱 없었다.’
검찰이 8개월간의 수사를 통해 얻은 결론이다. 검찰은 이 전 행장이 론스타의 진입을 쉽게 하기 위해 외환은행의 부실을 과장한 것으로 판단했다. 2003년 5월 삼일회계법인이 외환은행의 자산가치를 1조5,288억원(1안), 1조584억원(2안), 5,887억원(3안)으로 나눠 보고하자 이 전 행장이 1안을 삭제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또 이를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산정 근거로 삼아 결과적으로 론스타에 이익을 안겨줬다. 매각 협상 도중 론스타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한 곳이 있었지만 론스타와의 협상이 먼저 진행됐다는 이유로 검토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경부도 한몫 거들었다. 검찰은 재경부의 묵인 내지 협조가 있었기에 외환은행 헐값 매각이 가능했다고 봤다. 재경부는 수출입은행 한국은행 등 외환은행 대주주와의 협의 없이, 외환은행 경영진이 론스타와 비밀리에 협상을 추진하는 것을 용인했다. 단기 차익을 노리는 사모펀드에 외환은행을 넘긴 단초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 변 전 국장이 있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은행법상 은행 인수자격이 없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대주주 자격을 얻는 과정에서도 금융당국의 잘못이 있었다고 검찰은 결론을 내렸다.
채동욱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은 “단순한 정책적 판단의 오류로 보기 어렵다”고 못박았다. 그는 “이 전 행장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이 정책적 판단 오류가 아니라 불법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규명됐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헌재 사단 조직적 개입했나
관심은 이른바 ‘이헌재 사단’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느냐에 쏠리고 있다. 수사선상에 오른 김석동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당시 금감위 감독정책1국장)도 이헌재 사단의 일원으로 알려져 있다. 김 부위원장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자격 승인과 외환은행의 BIS 비율 축소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부위원장의 요청을 받고 외환은행의 BIS 비율을 낮추도록 부하 직원에게 지시한 백재흠 금융감독원 은행검사1국장, 외환은행의 부실을 부풀려 매각기준을 산출한 신재하 전 모건스탠리 전무도 수사 대상이다. 이들 역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가 이 전 부총리를 옥죄어 가는 모습이다. 채 기획관은 이 전 부총리의 소환 조사 여부를 묻는 질문에 “지켜보자”며 여운을 남겼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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