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홍보처가 엊그제 '무주택자가 듣고 싶어 하는 희망 메시지'라는 글에서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을 주장하는 정치권 등의 요구를 강하게 비판해 큰 파문을 낳고 있다.
시장이 이 대목을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금리인상 카드도 밀어붙이겠다는 정부 의지의 표현"이라고 해석함에 따라 채권 금리가 급등했다. 글을 쓴 당사자는 "저금리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금융시장의 잘못된 믿음을 경계했을 뿐"이라고 항변할지 몰라도, 시장의 과민반응을 탓하기에 앞서 발언의 부적절함부터 살피는 게 옳다.
시장전문가들이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한 금리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사실이다. 담보대출이든 신용대출이든,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 부담스럽거나 까다로워야 하며 적절한 성장을 하는 범위 내에서 통화량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은 역시 9월 기준으로 시중에 풀린 통화량이 1,779조원이나 되고 이 중 30%인 530조원이 부동자금이라며 유동성 과잉을 우려했다. 삼성 등 민간 경제연구소도 2004년까지 금리인상 시기를 놓친 것이 부동산시장 과열을 초래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홍보처는 이런 의견에 기대어 개인적 생각을 말한 것 뿐인데 웬 호들갑이냐고 말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무책임하거나 교활하거나 둘 중 하나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제 국회 시정연설에서 "임기말까지 모든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올인'의지를 다시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 관계자들은 주택담보대출 총량규제, 민간아파트 분양가 규제 등 반시장적 극약처방도 서슴지 않고 입에 올린다.
이 와중에 '정권의 홍위병' 소리를 듣는 홍보처가 '중앙은행과 통화정책의 몫' 운운하며 유동성 조절을 근원적 해법의 하나로 거론했으니 시장이 소스라치게 반응한 것은 무리가 아니다.
홍보처는 재정경제부를 능가하는 위세에 흐뭇해 할지 모르나, 시장을 '계엄적 조치'로 다스리겠다는 발상은 정책의 신뢰성을 더 떨어뜨릴 뿐이다.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강조해온 한은이 입을 다물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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