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삿짐 보관센터 '집값 특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삿짐 보관센터 '집값 특수'

입력
2006.11.07 23:51
0 0

검단 신도시 부근인 인천 서구의 A이사화물 보관업체는 요즘 창고에 빈 공간이 없다. 창고마다 장기 보관하고 찾아가지 않는 이삿짐이 가득하다. 5톤 컨테이너 박스의 한 달 보관료는 7만7,000원. 이 정도면 30평대 아파트의 이삿짐을 수용할 수 있지만 짐을 일일이 포장하면 10만원이 추가로 들어간다.

이 회사 관계자는 “만만치 않은 비용이지만 한 달 새 물량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신도시 예정지에 이사 날짜까지 잡아 놓았지만 계약이 취소되는 바람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집값이 폭등하면서 매도자가 수천만원의 위약금을 물면서도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속출, 애꿎은 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내 집 마련의 꿈에 부풀어 있던 서민들이 들어갈 집을 구하지 못해 친척집이나 여관 등을 전전하는 동안 이삿짐은 보관업체 창고에 쌓여가고 있다.

인천 서구 왕길동의 32평 아파트 매매 계약을 맺었던 장모(40)씨는 현재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다. 살던 집은 어쩔 수 없이 비워주었는데 들어갈 집에서 일방적으로 계약을 취소해 버렸다. 장씨는 이삿짐 보관센터에 짐을 맡겨 두고 퇴근길에는 다른 집을 알아 보고 있다. 장씨는 “계약 취소로 이사를 두 번 하는 셈”이라고 투덜거렸다.

장씨 같은 사람들이 늘면서 수도권 지역의 이사화물 보관업체는 때아닌 호황이다. 경기 구리시의 B보관업체는 매달 30만원의 보관료를 받고 있지만 한 달새 물량이 50% 가량 늘었다. 예전에는 이사 날짜가 안 맞아 일시 보관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계약 파기로 인한 장기 보관 물량이 대부분이다.

업체 관계자는 “집을 사기 위해 계약했던 일부 매수자는 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며 매도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보관기간이 길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 검단 지역이나 신도시 주변 공인중개소는 요즘 매매 중개보다는 계약 해지가 주업무가 돼버렸다. 인천 서구 마전동의 A공인중개사는 “계약금만 들어가 있던 매물은 90%이상 취소됐다”며 “하루에도 매매 취소 요청 전화가 10통 이상 온다”고 말했다. 이 지역은 2억원 하던 34평 아파트가 한 달새 3억원으로 올랐다.

중도금까지 받아 버리는 바람에 법적으로 계약을 취소하지 못한 매도자들은 한 몫 챙기지 못해 울상이다. 정모(45)씨는 “10년 동안 오르지 않던 집값이 한 달 만에 이렇게 오를 줄 누가 알았겠냐”며 한숨을 쉬었다.

일부 매수자는 매도자의 ‘변심’을 막기 위해 매매가의 10%선에서 오가는 계약금을 20%씩 주는 경우도 있다. 경기 고양시의 B공인중개사는 “1,000만~5,000만원씩 위약금을 물더라도 대부분 내놓았던 집을 다시 걷어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정민승기자 ms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