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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대북 사치품 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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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대북 사치품 금수

입력
2006.11.07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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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독립의 아버지로 불리는 호치민의 유품은 지팡이 하나와 옷 두 벌, 그리고 몇 권의 책이었다. 평생 독신에 검소한 생활로 일관했던 그는 고무신에 허름한 외투를 즐겨 입고, 러닝셔츠 차림으로 인민들과 함께 벽돌을 날랐다. 늘 <목민심서> 를 곁에 두고 읽었으며 유품으로 남긴 몇 권의 책 중에 이 책도 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은 올 봄 베트남을 방문한 길에 이를 확인하려 했지만 아쉽게도 그가 남겼다는 <목민심서> 나 그와 관련한 증언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한다.

▦ 호치민은 1960년대 전쟁의 어려움 속에서도 국가 장래를 위해 청년들을 선발, 사회주의국가들로 유학을 보냈다. 당시 천리마 운동 등의 반짝 성공에 힘입어 잘 나가는 사회주의국가 중의 하나였던 북한에도 1년에 수백명씩 유학을 보냈다. 김일성이 이들을 기꺼이 받아들인 것은 국제공산주의 연대의식과 자신의 지도력을 과시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베트남 유학생들은 오히려 호치민을 더 존경하는 마음을 품고 돌아갔다고 한다. 개인숭배와 부자세습, 인민의 생활과 유리된 지도층의 사생활이 그들의 지도자와는 너무나 대비되었을 것이다.

▦ 유엔 결의 1718호에 따라 대북 사치품 금수 목록을 작성하느라 각국이 고민하고 있다는 보도다. 반북 정서가 격해진 일본에서 특히 법석이다.

일본정부가 사치품 금수 품목의 선정 근거로 삼는 자료는 13년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속 요리사로 일하다 탈출했다는 한 일본인의 저서다. 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도쿄 쓰키지 수산시장에서 유통되는 다랑어회, 마쓰자카 쇠고기, 나고야 닭고기를 즐긴다. 술은 산토리사의 임페리얼 위스키와 프랑스 산 코냑 '헤네시 XO'를 좋아한다.

▦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꼽는 김 위원장의 사치품 목록도 있다. 독일 맥주, 스페인 햄, 이란 캐비어, 수단 수박, 지중해 오렌지, 노르웨이 연어와 가재, 덴마크 돼지고기 등이다.

독일의 벤츠와 도요타의 셀시오, 혼다 CB250 오토바이, 다이킨 에어컨 등등, 김정일 사치품 리스트는 끝이 없는데 어디까지 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

유엔 제재결의가 금수품목에 사치품을 넣은 것 자체가 김정일 체제의 부도덕성을 부각시키려는 정치적 의도와 무관치 않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심스럽다. 그가 술과 기름진 음식을 못 먹어 보기 민망한 배가 들어가고 건강해지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만 초래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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