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도의 씨없는 감인 ‘반시’는 감말랭이로 개발돼 최근 일본 미식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고, 함평군은 나비 덕분에 한해 150억원의 수입을 거두고 있다.
또 대전 대덕대학 산하의 기업은 로봇 판매로 연 매출 10억원을 올리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노력으로 성공한 사례가 적지 않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등의 주최한 ‘제3회 대한민국 지역혁신박람회’에서 대통령상 등을 수상한 주요 사례를 소개한다. 박람회는 7일 광주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개막, 12일까지 열린다.
■ 경북 청도 반시… 감와인으로 세계 입맛 유혹
경북 청도의 씨없는 납작 감으로 유명한 ‘청도 반시’가 세계인의 입맛을 유혹한다.
청도 반시 가공산업을 신활력 사업으로 지원, 해외수출 등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한 청도군이 지역혁신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지역 특산물에만 만족했다면 씨 없는 홍시 수준을 넘지 못했을 청도 반시가 다양한 상품으로 개발돼 세계 무대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아이스홍시 감말랭이 감카스테라 감와인 등 가공제품은 국내ㆍ외 시장에 성공적으로 파고들었다.
지난해 1억5,000만원 상당의 감말랭이 10톤을 일본으로 수출한 데 이어 3월 에이전트와 5년간 100억원 어치의 감와인을 미국으로 수출키로 했다. 6월에는 1차로 현지 바이어와 5억원 어치 수출을 계약했다. 감와인은 지난해 11월 부산서 열린 에이펙 정상회의에서 공식 만찬주로 선정되는 영광도 안았다.
청도에서는 전체 농가의 절반이 넘는 6,000여 가구가 감을 재배한다. 이 지역 감 생산량은 당감을 제외하고 국내 떫은 감 생산량의 30%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씨가 없고 물기가 많아 홍시로는 그만이지만 곶감 상품으로는 상주산 등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작황에 따라 소득이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다.
2000년대 들어 하상오(46)씨 등 8명이 농업회사법인 청도와인㈜을 설립, 감와인 개발을 시작해 2003년 시제품을 내 놓았다. 2004년부터는 폐철도 터널을 빌려 저온 숙성고로 활용하는 아이디어로 눈길을 끌었다.
유럽의 와인 동굴저장 방식을 보고 와인터널을 생각해 낸 하씨는 “청도 감와인 ‘감그린’은 다른 과실류와 달리 1등급 감만 사용해 독특한 맛과 고급스러운 향으로 국내외 와인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며 “와인터널 주변을 테마파크로 조성해 음악회를 여는 등 관광명소로도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에 다른 농가와 농협에서는 감말랭이 사업을 추진, 130여 농가와 농협이 가공산업에 참여했고 아이스홍시도 한여름에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다 청도군이 지난 해부터 자금 행정 기술 등 총력지원태세에 나서자 마침내 결실을 보고 있다.
청도=정광진 기자 kjcheong@hk.co.kr
■ 경북대 산학협력 중심대학사업단
경북대 산학협력 중심대학사업단(단장 이상룡 교수)은 현직교수 11명이 최고기술경영자(CTOㆍChief Technology Officer)로 참여하는 싱크탱크이다. CTO는 기업활동중 기술을 효과적으로 획득, 관리, 활용하기 위해 경영지원 활동을 총괄하는 책임자를 말한다.
이들 CTO 대부분은 기업에서 평균 10년 이상 근무한 현장전문인력으로 산학협력 전담교수로 채용돼 기업에 대학의 전문 기술력을 접목, 혁신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004년 10월 출범한 이 사업단이 지금까지 기술지도, 애로기술 통합지원, 기술개발, 인력양성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공동 수행하면서 활로를 개척한 산업현장은 모두 189개. 교수가 특정 기업의 기술연구소장직을 수행하는 ‘1기업 1연구실’ 사업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제 이 사업단은 2년 가까이 모바일 업체였던 ㈜크라또의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 프로젝트를 맡아 ‘LCD 검사장비’를 개발, 시장 출시를 앞두고 있다. 또 대구의 철강회사 KST의 연구소장직을 대신하면서 올 상반기 전남 광양에 새 공장을 건설하고 가동하는 데 기여했다. 이곳에는 학기중 현장수업인 ‘현장실습 학점제’를 이수한 경북대생이 졸업후 취직을 하기도 하는 등 경북대가 기술과 인력의 산실이 되고 있다.
사업단은 또 주문형 연구개발과 신산학 협력, 지역산업 기술, 공동장비 지원 등을 통해 기업활동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3회 대한민국 지역혁신박람회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는 이 사업단은 9월28일 서울 코엑스에서 7회 중소기업기술혁신대전에서 국무총리상, 2004년과 2005년에 각각 열린 1, 2회 대한민국 지역혁신박람회에서도 대통령표창과 국가균형발전위원회위원장상을 받는 등 줄곧 지역혁신 우수사례로 꼽히고 있다.
경북대 산학협력 중심대학사업단 사무국장 이영목(40) 교수는 “교수들이 기업과 학교, 지방자치단체에 가치 있는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현장을 다니며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접목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전준호 기자 jhjun@hk.co.kr
■ 전남 함평곤충연구소 정헌천 소장
제3회 지역혁신박람회에서 혁신 리더로 선정된 전남 함평곤충연구소 정헌천(48) 소장은 판소리‘호남가’ 첫 대목에 나오는 ‘함평 천지’를 ‘나비천지’로 바꾼 주인공이다.
20여년간 오직 나비 연구에만 전념해 온 정 소장은 1998년 함평에 내려와 8년여만에 함평을 나비고장으로 바꿔놓았다.
그는 함평 천지 드넓은 논에 대규모 자운영 및 유채 단지를 조성하고 연간 10여만마리의 나비를 날려 ‘함평=나비’등식을 성립시켰다. 인구 4만의 전형적 농촌이었던 함평을 나비 하나로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주민들의 의식까지 바꾸는 혁신을 일궈낸 것이다.
함평은 나비축제 개최 이전에는 연간 관광객이 20여만명에 불과했다. 99년 200여평의 비닐하우스에서 시작된 제1회 축제에 60만명이 찾았고 올해는 170만명으로 늘었다. 나비축제 첫해에 63억원의 수입을 올렸으나 올해는 123억원으로 늘었고, 지난 8년 동안 750억원의 직ㆍ간접 소득을 올렸다.
나비를 응용한 디자인 상품 223종을 개발해 지금까지 70억원의 수입을 올리는 등 ‘나비효과’는 해를 더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함평군 해보면 광암리에는 나비곤충마을이 조성돼 나비와 장수풍뎅이 애벌레 등을 팔아 연간 수억원의 농가소득을 올리고 있다. 함평군은 나비효과의 세계화를 위해 나비축제 10주년을 맞는 2008년에 ‘세계 나비ㆍ곤충박람회’를 개최키로 하고 현재 기반 시설 사업을 펼치고 있다.
‘나비박사’로 불리는 그이지만 인생역정이 돌아보면 타고난 혁신가다.
그는 전남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까지 마친 수학자였지만, 85년 봄 무등산을 오르다 우연히 만난 나비의 화려한 색에 빠지면서 인생진로까지 바꿔버렸다.
함평=김종구 기자 so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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