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강력한 군사 개입에도 불구하고 이라크가 통제불능 상태로 빠져들면서 미국 내에서 이라크 분리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라크 영토가 시아파와 수니파, 쿠르드족의 3분 형태로 지배되고 있다는 ‘현실론’이 미국 지도자들 사이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시사주간 타임은 5일자에서 미국이 이라크의 진흙탕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해결책은 이라크를 세 개로 분리해야 한다는 피터 갈브레이스의 주장을 전재했다. 크로아티아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갈브레이스는“미국이 이라크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전략은 이라크를 세 개의 국가로 분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분리론 주창자들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등 미국 지도자들이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통일된 민주주의의 이라크’ 건설은 이상론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물과 기름인 이라크의 종파와 인종간 현실을 직시하라는 지적이다.
시아파는 이라크 남부를 장악, 이란식 이슬람 사회제도를 주민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쿠르드족은 이라크 북부에서 독자적으로 정부를 선출하고 군대까지 보유하고 있다. 수니파는 석유자원이 거의 없는 척박한 중부 지역에 고립돼 미국과 시아파에 맞선 저항세력의 온상 역할을 하고 있다. 수도 바그다드도 동서쪽을 시아파와 수니파가 나누고 있다.
이라크는 태생적으로 갈등 소지가 확연했지만 그나마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의 폭압정치로 갈등을 잠재울 수 있었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수상이 1921년 오스만투르크 제국이 패망한 뒤 분파를 강제 통합해 수니파 왕조의 이라크를 세운 것을 “최대 과오”라고 후회했을 정도다.
미국이 기대고 있는 이라크 정부도 속을 살펴 보면 분파간 이해를 대변하고 있을 뿐이다. 연방은 세금조차 부과하지 못할 정도로 힘이 없고, 대다수 국민들이 지지한 헌법도 지역 분리를 인정하고 있다.
갈브레이스는 미국이 통합정책을 고수할 경우 “대규모 군대 주둔이 불가피해 희생자가 속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도 물론 이라크 분리가 자원이 부족한 수니파의 극렬한 반발 등 부작용을 부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통합론보다는 득이 많다고 강조했다. 수니파의 반대는 시아파와 쿠르드족이 일정기간 원유수출 대금의 일부를 제공하거나 석유개발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후세인에 대한 사형 선고로 올 2월 사마라의 시아파 성지 폭탄테러 이후 내전으로 치달은 갈등은 한계를 넘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라크 정부는 6일 바그다드와 후세인의 고향인 티크리트 등 4개 주에 대한 통행금지령을 24시간으로 확대하고 기간도 무기한 연장하기로 했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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