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암으로 투병했던 35세의 남자가 생애 첫 마라톤 풀코스에서 42.195km 완주에 도전한다면. 그 첫 도전에서 마스터스 마라토너들의 꿈인 ‘서브 스리(마라톤 풀코스를 3시간 이내에 완주 하는 것)’를 노린다면.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무모한 도전’을 말려야 한다.
하지만 주인공이 미국의 ‘사이클 영웅’ 랜스 암스트롱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는 무려 3주에 걸쳐 3,000km가 넘는 거리를 사이클로 누비는 ‘투르 드 프랑스’에서 7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던 ‘철인’이 아니었던가.
6일(한국시간) 2006뉴욕 마라톤의 골인 지점인 센트럴파크. 남자 1위 마릴슨 도스 산토스(브라질ㆍ2시간9분58초)가 첫 테이프를 끊은 이후 50여분 동안 무려 860여명의 남녀 마라토너들이 결승선을 통과했다. 레이스의 하이라이트가 한참 지난 맥빠진 순간이었지만 이 때부터 수많은 관중들이 결승선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결승선을 향해 마지막 발걸음을 옮기던 암스트롱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였다. 온몸을 땀으로 적신 채 결승선을 앞두고 뛰는 것이 힘겨워 간신히 걸어야 했던 암스트롱. 그가 결승선을 통과한 시간은 3시간에 꼭 24초가 모자란 2시간59분36초였다. 순위는 3만8,000여명의 참가자 가운데 869번째.
‘철인’에게도 힘겨운 레이스였다. 오른쪽 정강이에 테이핑을 하고 기자회견장에 등장한 암스트롱은 “내가 육체적으로 경험해본 가장 힘든 일이었다. 마라톤 풀코스 완주는 사이클 은퇴 전부터 가졌던 꿈이었고, 오늘 그 꿈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이날 암스트롱의 도전을 위해 왕년의 마라톤 스타들이 기꺼이 조연 역할을 맡았다. 처음 10마일에선 80년대 마라톤 세계기록 보유자였던 알베르토 살라자르(미국)가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맡았고, 두번째 구간에선 여자마라톤이 정식종목으로 처음으로 채택됐던 LA올림픽 우승자였던 조안 베노이트(미국)가 암스트롱과 함께 뛰었다. 마지막 피니시 구간은 육상 ‘중거리의 1인자’ 히참 엘 게루즈(모로코)가 암스트롱의 곁을 지켰다.
암스트롱은 이번 마라톤 완주를 통해 60만달러를 모금, 암 연구센터에 기부할 예정이다.
■ 암스트롱은 누구
#암 딛고 투르 드 프랑스 7연패
71년 미국 텍사스에서 태어난 사이클 선수. 96년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고환암 진단을 받아 한쪽 고환과 뇌 일부를 도려내는 대수술을 받았다. 이후 다시 사이클을 시작해 99년부터 2005년까지 투르 드 프랑스에서 무려 7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7월 투르 드 프랑스를 끝으로 은퇴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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