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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권오승 위원장의 옹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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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권오승 위원장의 옹고집

입력
2006.11.06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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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경영의 폐단을 부쩍 강조하는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의 최근 행보가 재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권 위원장은 지난달말 중소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대기업이 주력기업을 중심으로 계열사간 지분을 서로 갖고, 적은 지분을 가진 총수 경영권을 유지시켜 주는 순환출자(循環出資)를 차단하지 않으면 중소기업의 설 자리가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권 위원장은 한발 더 나가 지난 주 모 대학 특강에서 "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이 지주회사제로 전환하는 결단을 내렸으면 한다"는 소신을 피력, 논란을 빚고 있다.

그는 특히 "삼성의 경우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에버랜드 등 몇 개의 지주회사 체제로 가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중장기적으론 삼성그룹을 해체하라는 초강경 메시지나 다름없다.

재계는 "한국경제를 이끄는 오너와 기업인을 줄줄이 사법 처리하는 등 반 재벌적 행태를 보인 참여정부 대기업정책의 종착역이 재벌 해체를 겨냥한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재벌해체는 참여정부 재벌정책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 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는 셈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순환출자 규제는 기업들의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현행 출자총액제한제보다 더 강한 규제라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그럴 바에야 현행 출총제를 유지시키라는 게 재계의 볼멘소리다.

공정위가 순환출자를 강행할 경우 숱한 문제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현행 출총제보다 더 강한 규제라는 점에서 적절치 못하다. 우리 경제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 잇단 정책실패와 기업규제로 투자가 감소하고,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 규제 혁파를 통한 기업활력 회복과 투자촉진,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 상황이다.

공정위가 이 같은 시대적 과제를 도외시한채 이를 강행한다면 기업의 해외탈출 가속화, 투자부진 지속으로 '고용없는 저성장'이 고착화할 우려가 크다.

공정위가 지배구조의 금과옥조처럼 지주회사를 강요하는 것도 반기업적이다. 기업마다 성장과정이나 업종 특성에 따라 다양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이를 획일적으로 지주회사로 바꾸라는 것은 정부의 '월권'이다.

지배구조는 주주와 임직원, 투자자들이 결정하도록 하는 게 시장원리에 맞다. 경영진이 무능하거나, 실적이 나쁘면 주주와 투자자들이 경영진을 바꾸면 된다. 공정위가 모범적인 지배구조로 내세우는 L그룹의 경우 최근 수년째 주력업종 실적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공정위가 '손보려는' 삼성은 매년 8조~10조원대의 순익을 내는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배구조에는 정답이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공정위는 기업 지배구조에 간섭하기 보다는 시장독과점 및 담합에 따른 불공정 행위를 차단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권 위원장은 "공정위원장은 고집이 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재계와 타 부처가 반대해도 순환출자 규제 방안을 도입하겠다는 옹고집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대기업정책은 학자의 소신을 실험하는 무대가 아니다. 우리경제 시스템은 시장친화적으로 개혁되고 있는데, 공정위만은 규제지향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고집센 학자형 관료라는 평가를 듣는 권 위원장이 좀 더 열린 사고를 바탕으로 경쟁정책을 폈으면 한다.

이의춘 산업부장 직대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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