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주말 이례적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 자택을 찾아가 오찬을 함께 하면서 조언을 구한 정책은 북핵 문제와 함께 부동산 대책에 대한 것이었다. 이어 노 대통령은 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모든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며 부동산 문제에 대한 다양한 처방을 제시했다. 임기 말을 맞은 노 대통령이 집값 잡기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집권 첫 해인 2003년 “강남 불패를 얘기하는데 부동산 문제에 관한 한 대통령도 불패로 간다”고 장담했던 노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에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뜻을 다시 강조하고 나선 배경은 무엇일까. 임기 1년 3개월 여를 앞둔 시점에서 부동산 정책의 고삐를 늦추지 않기로 한 것은 부동산 정책의 성패가 대통령의 리더십과 국정안정 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정책이 자칫 실패할 경우 대통령의 레임덕(권력 누수)이 가속화하고 내년 대선에서도 여권에 엄청난 악재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노 대통령은 임기 말에 북핵 문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추진과 더불어 부동산 정책이 참여정부의 성패를 가르는 최대 현안이 될 것으로 보고 이 문제들을 성공적으로 처리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한명숙 총리가 대독한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부동산 시장의 안정은 민생경제 회복과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요건”이라며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총동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노 대통령은 “정부는 8ㆍ31 대책의 기본 골격은 유지하면서 불안한 부동산 시장을 조기에 진정시킬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정부는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원가 공개 확대가 실질적인 분양가 인하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신도시에 공급되는 주택 분양가를 인하하겠다”며 “신도시 개발 기간도 최대한 단축해서 공급 확대의 효과가 조기에 나타나도록 하겠고, 수도권에 매년 30만호의 주택을 차질 없이 공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택금융 분야에 대한 지도ㆍ감독 강화 방침도 거론됐다.
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수많은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성공적이지 못한 게 현실이어서, 임기 말 부동산 올인 방침이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도 주목된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3년 반 동안 서울 아파트 가격이 평균 35.9%(국민은행 자료) 상승한 것은 그동안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서울대 사회학과 한상진 교수는 “서민과 중산층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참여정부의 정체성을 볼 때 성공하면 적지 않은 정치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 부동산 정책이기 때문에 최후의 순간까지 놓지 않으려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실패하면 그만큼 정치적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동산 정책이 성공하려면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신경제연구소 한태욱 부장은 “그동안 정부는 국민들에게 기다리면 싸게 아파트를 공급해주겠다고 공언했으나 집값은 떨어지기는 커녕 계속 강세를 보여왔다”며 “실제로 분양가를 낮추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정부에 대한 불신을 해소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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