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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DJ에 잘 보였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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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DJ에 잘 보였건만…"

입력
2006.11.06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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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6일 노무현 대통령과 주말회동을 가진 김대중 전 대통령(DJ)을 향해 쓴 소리를 쏟아냈다.

강재섭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위장과 교란으로 국민을 속이는 새판 짜기는 그만둬야 한다”며 “노 대통령과 DJ가 만나 부동산 대책을 논의했다고 하는데 삼척동자가 다 웃을 일이다. 결국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정계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재오 최고위원은 한 술 더 떴다. 그는 DJ의 과거를 거론하며 “DJ는 스스로 권력을 잡으려고 수많은 정당을 깨고 다시 만들었는데 그런 정당이 지금 어떻게 됐느냐”며 “집권 여당이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당을 해체하고 이합집산하겠다는 것은 권력을 잡기 위한 ‘DJ식 술수’에 불과하다”고 성토했다.

한나라당이 서진(西進)에 나서면서 최근 DJ는 한나라당에게도 성역이 됐다. 호남 민심을 대표한다는 이유로 한나라당은 그를 이전과는 180도 다른 태도로 대했다. 비판은 가급적 삼갔고, 때가 되면 칭송도 아끼지 않았다. DJ가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잇달아 비판할 때면 박수도 많이 쳤다. 최근 몇 년 사이의 일이다.

그러면서 차기 대선에서 DJ가 연대의 대상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DJ가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손을 들어주는 그림을 그리는 이도 있었다. 이들은 “정치를 마무리할 시점의 DJ가 2007년 대선에서는 동서화해를 위해 모종의 일을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DJ의 움직임은 한나라당으로 하여금 고민에 빠지도록 했다.

DJ의 대선 구상이 그런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한 초선 의원은 “최근 DJ의 행보로 봐서는 다음 대선에서 반 한나라당 전선을 다시 긋고, 정권을 재창출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DJ가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줄 것이란 망상을 벗어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경우 DJ는 한나라당에게는 또 다시 부딪혀 싸워야 할 대상이 된다.

하지만 아직 기대감을 완전히 접지는 않은 것 같다. 한 재선 의원은 “정계 개편의 와중에 DJ와 노 대통령간 파열음이 반드시 터져 나올 것”이라며 “DJ를 적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 3선 의원은 “DJ는 한나라당에 아군도 안되겠지만, 적으로 만들 필요도 없다”며 “전직 대통령으로서 DJ의 운신도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복잡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DJ와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하는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DJ와 여권의 정계개편 융합이 모종의 결과를 내놓은 순간이 그 시점이 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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