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명-인질을 구출하라!
“고(Go)!” 지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4명의 검은 제복이 건물로 잠입한다. 무장한 인질범은 4개의 방마다 각각 1명, 창 앞에서 인질을 끌어안고 협박하는 주범까지 5명이다. 경찰특공대원 4명은 각 방으로 흩어져 인질범을 P7 권총으로 제압한다.
눈치를 챈 주범이 인질을 해하려는 일촉즉발의 순간, 70m 거리에서 숨죽이던 저격수(스나이퍼)의 MP5 기관단총이 짧게 불을 토한다. 특공대원은 안도의 숨을 쉴 틈도 없이 인질(80㎏짜리 인형)을 구출한다. “작전 완료!”
“찰칵!” 초시계가 멈춘다. 1분14초23. 칭찬 대신 교관의 불호령이 특공대원의 귓전에 떨어진다. “아직 멀었어, 1초 더 줄여. 다시 원 위치.” 테러와의 전쟁은 초와의 싸움이다. 단 1초 차이가 무고한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 전세계 경찰특공대원은 1982년부터 매년 한자리에 모여 실전 같은 경기를 통해 ‘초 줄이기’ 원칙을 실천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찰특공대도 세계 각국과 자웅을 겨루는 ‘세계전술평가대회(Swat Round-up International)’에 올해 처음 출전한다. 6~10일 미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엔 미국 독일 스웨덴 등 9개국 90여개 팀(450여명, 미국은 주 단위로 출전)이 참가한다.
●43대1의 경쟁, 4주 동안의 지옥훈련
6월 전국의 경찰특공대 300여명은 “세계전술평가대회 참가를 신청하라”는 긴급명령을 받았다. 선발방식은 기초체력과 사격 테스트. 2㎞달리기 6분30초 이내, 모래주머니 나르기(100m) 18초 이내, 턱걸이 30개 이상, 제자리 멀리뛰기 275㎝ 이상, 사격술 95점 이상을 기준으로 종합점수를 매겼다.
43대1의 바늘귀 경쟁을 뚫고 ‘7인의 참수리 특공대원’이 뽑혔다. 이왕민(서울특공대) 경정을 비롯해, 김양신 권인중 김해련(이상 서울) 경장, 김낙환(인천) 경사, 조형익(전남) 순경, 윤영추(대구) 순경 등이다. 특전사 출신인 3년차 막내 조 순경은 “내로라하는 선배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것만도 영예”라고 했다.
선발은 끝이 아니었다. 지난달 9일부터 한달 동안 강행군이 이어졌다. 세계전술평가대회가 마련한 지침에 따라 실전 훈련에 돌입했다. ‘0.몇’ 초를 줄이기 위한 피 말리는 반복, 또 반복이었다. 19년 경력의 베테랑 이 경정조차 “늘 긴장의 연속이었지만 전세계 경찰특공대와 기량을 겨룰 생각을 하니 침이 바짝 말랐다”고 할 정도다.
●고층건물침투만은 해 볼만하다
세계전술평가대회는 닷새 동안 인질구출, 프리쳐 스크램블(건물내부소탕), 경찰관 구출, 타워 스크램블(고층건물침투), 장애물 경기를 겨룬다. 최단시간에 임무를 완수한 팀이 승리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우승은 플로리다 경찰특공대가 차지했다.
7인의 특공대원은 기록상으론 아직 세계수준엔 도달하지 못했다. 하지만 레펠을 타고 내려와 테러범을 제압하고, 210m 밖에서 스나이퍼가 범인을 저격하는 고층건물침투만은 자신 있다. 훈련시설과 여건은 다르지만 우리 특공대원의 기록은 3분2초32로 지난해 3위(3분2초57)보다 낫다. 이 경정은 “아파트나 고층건물에서 벌어질 테러에 대비해 평소 훈련해둔 게 진가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7인의 특공대원은 4일 출국했다.
이들은 대회출전뿐 아니라 세미나를 통해 실제 사례분석과 새로운 진압기법도 배운다. 강성복 경찰청 대테러센터장은 “첫 출전이라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우리 경찰특공대의 대응역량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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