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직전까지는 기분이 최고였죠.”
벼룩시장배 부산국제남자챌린저테니스대회(총상금 7만5,000달러) 본선 무대가 막이 오른 6일 부산 금정 테니스코트. 카자흐스탄의 고려인(카레이스키) 3세 테니스 선수 막심 최(본명 막심 필리포프ㆍ19)는 라스 외벨(322위ㆍ독일)과의 1회전에서 0-2(0-6 0-6)로 힘 한번 쓰지 못하고 패했지만 한국 무대 데뷔전을 마친 행복함은 얼굴 표정에 그대로 묻어났다.
# 카자흐스탄 유망주 '고국 무대' 깜짝 데뷔전
파란 눈에 오뚝한 콧날을 지녔지만 그의 몸에는 엄연한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 스탈린의 강제 이주 정책이 한창이던 지난 1937년 당시 막심 최의 할아버지도 연해주에서 카자흐스탄으로 이주했다.
막심 최는 어머니가 러시아 사람이지만 입맛은 웬만한 한국인과 다를 바 없이 보신탕과 라면을 즐긴다. 특히 라면은 매워서 좋다고 한다.
비록 국제대회의 높은 벽을 뛰어넘지 못했지만 카자흐스탄 주니어 무대에서는 정상급 실력을 뽐내고 있는 유망주로 평가받고 있다. 193㎝의 큰 키에서 내리꽂는 강력한 스트로크가 일품이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성인 무대에서 뛰기 시작한 탓에 통산 상금이 960달러 밖에 되지 않고, 국제대회 경험이 적어 세계 랭킹도 1,428위로 하위권이다. 랭킹을 따지면 이번 대회 참가는 힘든 상황이었다.
그러나 대회 주최측은 이제 발돋움을 시작하는 카자흐스탄의 테니스 발전과 고려인 3세라는 점을 헤아려 대승적인 차원에서 막심 최의 대회 참가를 받아들였다.
올 시즌 자국에서 열린 챌린저대회에만 두차례 출전했을 뿐 해외 대회 본선 경기는 이번이 처음. 지난 주 삼성증권배에서는 예선에 나왔지만 1회전에서 한국의 유성혁(현대해상)에 0-2로 패해 탈락했다.
“아버지에게 승리를 선물하고 싶었다”는 막심 최는 “한국에 오니 너무 좋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오고 싶다”라며 패배의 아쉬움을 달랬다.
막심 외에도 이번 대회에는 한국계 미국인 케빈 김과 2003년 삼성증권배에서 이형택과 짝을 이뤄 복식 정상에 오른 재미교포 알렉스 김 등 한국계 선수들이 참가하고 있다. 이날 단식 1회전을 통과한 케빈은 김선용(삼성증권)과 짝을 이뤄 복식에도 출전한다.
부산=오미현 기자 mhoh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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