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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선수와 검사기관의 '도핑 두뇌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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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선수와 검사기관의 '도핑 두뇌싸움'

입력
2006.11.06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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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몽골의 전국체전인 나단축제에서 2명의 메달 수상자가 도핑테스트에 걸려 메달을 박탈당했다.

국제적으로 공인된 도핑테스트 기관이 없는 몽골에서 어떻게 가능했을까. 나단축제조직위원회는 출전선수들의 소변을 채취해 비행기로 서울에 급송했다.

수시간만에 도착한 곳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인정한 검사기관인 KIST 도핑콘트롤센터(센터장 김동현)가 약물을 검출해낸 것이다. 몽골올림픽조직위원회는 최근 KIST와 협약을 맺고 안정적으로 몽골의 약물검사를 맡기기로 했다.

‘기록’을 원하는 운동선수와 ‘공정한 경쟁’을 위해 금지 약물을 적발하려는 반도핑 기구의 쫓고 쫓기는 싸움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검출되지 않는 신물질을 개발, 판매한 벤처기업이 나타나는가 하면 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밝혀진 선수들은 이를 반박하는 각종 의학 논문을 들이대며 소송을 벌인다. 현재 WADA가 검사하는 금지약물 목록은 약 200종이며 이를 검출하기 위한 검사방법이 갈수록 늘고 있다.

2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토리노동계올림픽에서 최악의 파동은 오스트리아 스키 대표팀의 혈액도핑 의혹이었다. 금지 약물을 먹은 게 아니라 자신의 혈액을 미리 뽑아두었다가 경기 직전 수혈했다는 의혹이다. 헤모글로빈(적혈구)이 많으면 산소를 충분히 공급해 지구력을 요하는 스키, 육상, 사이클 등에서 유리하다.

이런 일을 예견한 듯 토리노 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세계스키연맹의 결정에 따라 스키선수들에게 경기 전날 혈액검사를 해 헤모글로빈 수치가 과도하게 높으면 출전을 금지시켰다.

하지만 이 결정은 곧 뜨거운 논쟁으로 이어졌다. 고도가 높은 곳에서 며칠만 지내도 헤모글로빈 수치가 높아진다는 점을 위원회측이 간과했다는 반박이 쏟아졌다. 의학자들은 고도가 높을수록 헤모글로빈 수치도 크게 증가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피를 수혈한 경우 정황증거 외에 이를 검출할 방법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금지 약물인 에리스토포이에틴(EPO)은 검출방법이 있지만 이 역시 뜨거운 이슈다. EPO는 적혈구를 생성, 항암치료 보조제나 빈혈 치료제로 쓰인다. 하지만 최근 EPO를 투약하지 않아도 그 수치가 높게 검출될 수 있다(위양성 반응)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논쟁에 휩싸여있다.

벨기에 루벤 가톨릭대 의대 매튜 볼런 교수 연구팀은 “오랜 기간 운동을 한 선수들은 운동 직후 소변 속에 단백질이 많이 검출되는 위양성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밝혔다. 때문에 현재의 세계반도핑위원회 검출기준이 바뀌어야 한다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검출도 비슷한 논쟁을 겪어왔다. 테스토스테론도 EPO처럼 체내에서 합성되는 호르몬이라 판정이 어려워 테스토스테론을 만드는 유도체까지 검사해왔다.

테스토스테론과 유도체의 비율이 2~6대 1정도면 정상치로 인정하지만 그 이상이라면 체외에서 합성한 약물을 투약한 것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질병으로 비율이 정상치를 초과했다”고 주장하는 선수가 소송을 냈고, 의학적으로 근거가 있다고 인정돼 승소했다.

그래서 지금은 테스토스테론에 포함된 탄소의 동위원소를 검출하는 검사법을 쓰고 있다. 체내에서 생성된 자연 호르몬과 인공 호르몬은 거의 차이가 없지만 C13, C14가 미묘한 함량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2003년 미 메이저리그 ‘홈런왕’배리 본즈 등 거물 선수들이 연루된 발코사건도 ‘도핑 숨바꼭질’의 전형이다. 바이오벤처인 발코연구소가 ‘약물검사에 안 걸리는’ 스테로이드 유도체를 공급했다가 들통난 사건이다. 이 물질은 기존의 검사방법으로는 검출되지 않는 신종 물질이었기에 한동안 약물복용이 가능했다.

KIST의 김동현 박사는 “국제 스포츠계가 큰 돈을 벌어들이는 거대 산업이 되면서 도핑검사가 소송으로 비화하고, 운동선수들과 검사기관 사이에 공박과 머리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덕분에 검출기술도 더욱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혈액도핑(Blood Doping)이란

운동경기 전 선수가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의 피를 수혈하는 행위를 말한다. 혈액도핑을 하면 적혈구가 증가해 산소 운반 능력이 향상된다. 지구력과 체력이 더 좋아진다는 뜻이다. 때문에 육상과 스키 선수 등이 기록 단축을 위해 이를 이용한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심장마비 등 부작용과 위법 논란을 이유로 혈액도핑을 금지하고 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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