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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권오승 위원장의 무리한 발언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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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권오승 위원장의 무리한 발언 시리즈

입력
2006.11.05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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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이 삼성그룹을 전자, 생명, 에버랜드 등 몇 개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대학교 강연에서 개인적 희망을 피력하는 형식이었지만 재벌정책 책임자가 특정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재벌의 비합리적 지배구조와 연결구조 때문에 시장기능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한 권 위원장은 "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이 결단을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압박을 가했다.

그의 지적대로 삼성과 현대자동차는 한국을 대표하는 자랑스러운 기업이지만, 재벌식 지배구조와 변칙적 경영권 세습으로 사회적 비난도 동시에 받고 있다. 글로벌기업의 명성에 걸맞게 지배구조도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는 당위에는 이의가 없다. 현실적으로 지주회사가 유력한 대안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아무리 강연 자리라 해도 특정 그룹을 지목해서 몇몇 계열사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라는 주문은 월권이다. 발언이 해당 기업에 미칠 부정적 파문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취임 초기만 해도 공정거래에 대한 높은 식견과 합리적 접근방식으로 시장의 기대를 모았던 권 위원장이 최근 무리한 언행을 자주 보이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광고 때문에 기사나 사설이 사실과 다르게 나온다"는 상식 밖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정책 방향도 초기에는 재벌 정책보다 경쟁 정책을 중시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어느새 강경한 재벌정책으로 선회했다.

삼성이 지주회사로 가지 못하는 이유는 황제경영을 고집해서가 아니라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지분 확보에 천문학적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권 위원장도 당장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지주회사 얘기를 꺼낸 배경은 조만간 출자총액제한제의 대안으로 제시할 순환출자 규제안의 정당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정부안이 어떻게 나올지 지켜봐야겠지만 알려진 대로 기존 출자분까지 해소하도록 강제한다면 출총제를 폐지하려는 명분에 맞지 않는다. 후진적 지배구조는 바꿔야 하지만 기업에 충격을 주지 않으며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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