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가 반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우리의 목소리가 소외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그러나 냉정히 보면, 북핵 문제는 구조적 특수성으로 우리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우선 북한의 핵능력과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정보력에 한계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우리뿐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의 고통으로, '핵무기 개발'의 보편적 프로세스와 '북한'이라는 특수성에서 기인한다. 핵무기를 개발하는 국가들에게 보안은 생명이다.
핵확산금지조약(NPT)으로 대표되는 비확산체제는 인류의 재앙을 막고자 하는 인도주의적 목적과 함께, 불가피하게도 기존 핵국가들의 기득권을 보장한다. 기존 핵국가들은 기득권 유지 차원에서 여타 국가들의 핵개발 여부를 감시하고 저지하려 하기 때문에 핵무장을 원하는 국가들은 보안 유지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1998년 파키스탄 핵실험 당시 미국 등 전세계는 어떠한 사전정보도 입수하지 못한 채 핵클럽에 가입하는 새로운 멤버를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핵무장을 원하는 국가들이 필사적이기 때문이다.
'북한'이라는 특수성 역시 커다란 난관이다. 북한은 기초정보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폐쇄체제다. 인간정보가 거의 차단된 상황에서, 8,000여개에 달하는 북한 전역의 지하갱도와 철저한 야간활동은 위성 판독마저 불가능하게 만든다.
따라서 북한의 핵능력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미국은 물론 중국조차도 북한의 핵실험 사전통보 직전까지 '심증'만 있었을 뿐 '확신'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북핵 문제는 우리가 상황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운 비대칭 구조를 갖고 있다. 지금까지 북핵 문제는 미북 양자간 대립구도에서 진행되어 왔다. 우리는 한반도 문제를 남북한 당사자 중심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있지만, 이 문제의 경우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이 대부분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유도 혹은 강제할 지렛대는 물론 미국의 대북정책 방향을 변화시킬 효과적 수단도 갖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이러한 비대칭 구조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라는 대책 수립에 치명적이다. 일부에서는 '대북 포용정책의 한계'나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대북 봉쇄정책을 추진했다면 북한의 핵개발 의지를 꺾을 수 있었을까?
혹은 우리에게 미국의 대북정책 방향을 변경시킬 효과적 대안은 있을까? 원인에 대한 당위적 논쟁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실천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목표는 명확하다.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이 핵을 빌미로 우리에게 어떠한 안보적 위협도 가할 수 없도록 억지하는 한편 한반도 평화를 위해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방법'을 통해 북한의 핵 프로그램 일체를 폐기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내부의 이견과 대립을 극복하고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정치권의 리더십이다. 현재 우리들의 시각은 이념적 차이와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분열되어 있다.
구조적으로 우리가 사용할 카드 자체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갈등과 대립으로 점철된 목소리는, 자국의 이익에 따라 냉정하게 움직이는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지금은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효과적 대안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국가적 위기상황에 직면한 지금, 진심으로 국가와 국민을 걱정하는 정치권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한다.
이상호ㆍ경기대 정보보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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