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과 검찰의 갈등이 론스타 사건을 통해 폭발한 것은 이 사건이 갖는 특수성에 기인한다. 검찰은 8개월 간 거대 글로벌 펀드를 상대로 자존심을 건 일전(一戰)을 별러 왔다. 법원은 ‘글로벌 기준’에 맞는 수사를 주문하고 있다.
검찰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매각과정에서의 불법 로비 의혹 △외환은행 비자금 △외환카드 주가 조작 의혹 수사를 최고 수사기관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맡겼다. 국익과 직결되는 문제인 데다 국민적 관심이 컸기 때문이다.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의 주임 검사인 최재경 중수1과장은 “유럽 미국 등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론스타가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불법 행위를 했다. 론스타가 우리 사법제도를 얕보고 장난친 것 아니냐는 소박한 정의감에서 수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론스타를 상대로 검찰이 전의(戰意)를 불태우는 이유를 보여준다.
하지만 중수부는 그동안 수사의 본체라 할 수 있는 외환은행 헐값 매각의혹 사건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감사원 감사를 한 차례 거치면서 검찰 수사에 대비해 온 관련자들이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탓이 크다. 외환은행 매각의 열쇠를 쥔 스티븐 리 론스타코리아 전 대표가 해외로 도주하고 론스타 경영진이 미국에 머물고 있는 것도 수사가 난항을 겪는 이유 중 하나다.
중수부 명성에 흠집이 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검찰 안팎에서 제기됐다. 검찰로서는 판을 흔들 수 있는 실마리가 필요했던 셈이다. 개인 비리로 관련자들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하고 외환은행 비자금에 연루된 회사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그 회사의 계열사를 압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의 ‘우회로 뚫기’는 번번히 법원에 의해 가로막혔다. 중수부가 사건의 본질이 아닌 ‘외곽 때리기’에 치중한다는 비판도 낳았다.
법원의 입장은 검찰의 수사 기법이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병훈 부장판사는 “별건(別件)으로 구속한 뒤 그 사람을 상대로 다른 사건을 수사하는 방식을 일본에서는 ‘인질 사법’이라고 한다. 그런 수사 방식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만큼 수사가 어렵기 때문”이라며 “별건 구속도 수사기법의 하나”라고 반박했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외환카드 주가 조작이라는 엄청난 사건을 통해 핵심 관계자의 신병을 확보한 뒤 국민적 관심 사건인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을 수사하려는 게 그렇게 비난 받을 일인가. 이는 수사 현실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지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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