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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닫힌 니네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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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닫힌 니네당

입력
2006.11.05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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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사회적 약속이다. 그러나 한국정치사, 특히 정당사를 보고 있노라면 이 약속이 전혀 지켜지지 않는 언어의 배반을 느끼게 된다. 자유와 거리가 멀었던 이승만의 자유당이 그러하고, 민주주의와 공화주의 모두와 거리가 멀었던 박정희의 민주공화당이 그러하다.

이같은 언어의 배반이 절정에 달하는 것은 전두환 정권이다. 광주의 무고한 생명을 수백명이나 학살하고 만든 정당이 민주정의당이다. 세상에 이 따위 민주정의가 어디 있는가? 김대중 정부의 새천년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몇 년 주기로 생겼다 사라지는 우리의 정당과 달리 천년을 가겠다더니 천년은커녕 5년도 채 못돼 문을 닫고 말았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우선 한나라당이다. 물론 한나라당이 노무현 정부의 실정 덕분에 최근 인기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간에 해온 짓을 보면 이름만 한나라당이지 비판자들이 이야기하듯이 '딴나라당'에 가깝다.

● 국민이 분노하는 진짜 이유

새천년민주당을 계승한 열린우리당은 또 어떠한가? 민심과 동떨어진 노무현 정부의 오만한 행적들을 보고 있노라면 열리지도 않고, 우리도 아닌 '닫힌 니네당'에 다름 아니다. 사실 언어의 배반을 넘어 언어의 복수를 느낄 지경이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다. 현재 김근태 의장 등 열린우리당의 핵심세력들은 노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오기정치에 의해 열린우리당을 닫힌니네당으로 만든 장본인이 바로 노 대통령과 친노측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바로 그 차별화 작업이 노 대통령만이 아니라 열린우리당도 닫힌니네당임을 확인해주고 있다. 한마디로, 그 차별화 작업이라는 것 역시 너무도 민심과 동떨어진 채 닫힌니네당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김근태 의장, 정동영 전 의장, 천정배 의원 등 열린우리당의 핵심인사들은 줄줄이 열린우리당의 실험이 실패했다며 국민들에게 사과를 하면서 정계 개편을 약속하고 있다.

그 내용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크게 보아 국민정당과 지역주의 극복을 내세웠던 창당정신은 옳았지만 민주당과의 분당 등에서 무리가 있었고 지지자들을 실망시켜 미안하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같은 자기반성은 국민이 바라는 열린우리당의 자기반성과는 너무도 동떨어져 있다.

국민들이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에 분노하고 있는 진짜 이유는 집값을 잡을 터니 집을 사지 말라는 정부의 큰소리만 믿고 있다가 폭등한 집값으로 희망이 사라진 것,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어 서민의 삶이 점점 어려워진 것, 그리고 그 이유가 무엇이든 햇볕정책 등 여러 지원을 해줬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실험을 해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 그리고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이 반성하는 빛이 없이 툭 하면 "내가 잘못한 것이 무엇이냐"며 오기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 민심과 동떨어진 집안싸움만

따라서 열린우리당이 다시 살아나려면 이 같은 정책 실패에 대해 뼈를 깎는 자기반성을 하고 어떠한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같은 이야기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사실 열린우리당이 자기반성의 초점으로 삼고 있는 민주당과의 분당 문제는 열린우리당의 입장에서는 정치공학적으로 중요한지 모르지만 다수 국민의 입장에서는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하다.

타이밍도 문제다. 정기국회가 한참 진행 중이고 북핵 문제로 온 세계가 난리가 났고, 집값이 다시 폭등을 해 서민들의 억장이 무너지고 있는 판에 통합신당이다, 아니다, 노 대통령을 배제하자, 안된다 하고 엉뚱한 문제를 놓고 집안싸움이나 하고 있으니 자살을 하지 못해 환장을 한 꼴이다. 지금과 같은 닫힌니네당 식 자기반성과 재편 노력으로는 열린우리당에 희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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