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방북한 민주노동당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이산가족 문제를 다룰 남북 적십자회담 개최 필요성에 공감을 표시해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교착 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주목된다.
닷새 간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4일 귀국한 민노당 대표단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민노당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 재개 필요성을 주장하자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공감을 표시하면서 곧 적십자회담을 열 의사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방북단 일원인 권영길 민노당 의원단 대표는 “김 위원장에게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총재를 상대로 조속한 시일 내에 (적십자회담을) 열자고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얘기하니 그 부분에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문성현 당 대표는 “북한에서 당의 한반도 비핵화 입장을 전하자 김영남 위원장은 ‘미국의 대북 제재와 압박이 없다면 핵은 당장 내일이라도 폐기할 것이고 핵은 남측 동포들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노회찬 의원은 “김 위원장이 (대북) 금융 제재에 대한 미국의 태도에 6자회담의 장래가 달려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고 전했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이어 북한 내 서열 2위로, 북한 헌법상 나라를 대표하는 위치에 있는 인사다. 그런 만큼 국내 논란에도 불구하고 방북해 주목을 받는 민노당 대표단에게 전반적인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전달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적십자회담 발언은 민노당 대표단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남북관계 적극 개선 의지를 담았다기보다는 의례적인 차원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김 위원장은 7월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보류된 인도적 사안, 즉 쌀ㆍ비료 지원 재개나 남북 당국간 신뢰 회복이 우선 필요하다는 뜻도 밝혔다고 한다.
정부도 6자회담에서 금융제재 문제가 가닥을 잡고 북핵 문제 해결 기미가 보여야 쌀ㆍ비료 지원을 재개할 수 있는 처지다. 따라서 국내외 여론의 눈치를 살피는 남측과, 남측의 성의 표시를 우선적으로 기대하는 북측의 뻣뻣한 태도가 평행성을 달리고 있기 때문에 당장 남북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은 낮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