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법원의 정면 대결엔 휴일도 없었다. 검찰 론스타 수사의 실무 지휘자인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과 검찰의 영장청구를 기각한 민병훈 서울중앙지법 영장담당 부장판사는 일요일인 5일에 출근, 기자간담회를 갖는 등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전엔 채 기획관이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법원의 균형감각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4일 보도된 민 부장판사의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채 기획관은 “법정 밖에서 법원과 공방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 했지만 납득할 수 없는 얘기가 있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법원이 법에 따라 영장을 기각한 게 아니라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는 등 강도 높은 발언을 1시간 넘게 쏟아 냈다.
오후에는 민 부장판사가 검찰 주장을 다시 반박했다. 그는 “검찰이 사실(팩트)이 아닌 이미지로만 얘기하고 있다”며 “검찰에서 누구든 토론하자고 하면 응하겠지만 사건이 다 처리된 후가 좋겠다”고 말했다. 민 부장판사는 “한국의 엔론 사건을 기각한 것처럼 비춰져 억울하다”고 덧붙였다.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채 기획관은 “최소 226억원의 불법이익을 얻은 데다 소액주주 보유주식 수만 2,000만주에 달한다”며 “증권거래법상 가장 악질적인 범죄”라고 구속 수사의 정당성을 폈다. 반면 민 부장판사는 “검찰은 손해액이 아니라 이득액을 살펴야 했고 이 점을 영장심사 전에 검찰에 얘기했다”며 “사안의 중요성을 설명해 주는 서류는 영장이 아닌 본안 재판 판결문”이라고 못박았다.
채 기획관은 별건수사 논란에 대해 “주가조작에 개입한 유씨 혐의를 명백하게 조사하겠다는 것이 왜 별건수사인가”라며 “설령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인수 의혹에 대해 유씨를 조사하려 한다 해도 그것이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민 부장판사는 “별건 수사를 위한 구속은 ‘인질수사’로 옳지 않다. 게다가 별건수사라고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범죄인인도 청구에 대해서도 민 부장판사는 “체포영장이 나왔다고 미국이 응하겠나”며 “이 정도라면 범죄인인도 청구제도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채 기획관은 “법무 검찰당국의 권한”이라며 “미리 조약 체결국을 의심하고 체포영장을 발부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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